정승진은 겉으로는 점잖은 척하지만 사실 속은 뒤엉킨 위선자일 뿐이라고 이가인은 생각했다.
정승진이 주차장에서 전민우의 차를 일부러 막아 세운 일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는 화가 치밀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창문을 내린 정승진은 판을 짜며 연기력을 발휘했다.
그 모든 짓은 결국 전민우의 외모가 어떤지 궁금해서였을 뿐이다.
전민우가 외모에서 정승진에게 밀리는 건 사실이었다. 고현우조차 키가 정승진보다 한참 작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를 더 짜증 나게 하는 건 전민우라는 사람 자체였다.
최근 전민우와 지내보며 이가인은 그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그가 할머니 연세가 많으셔서 계단이 너무 많은 주택이 아닌 엘리베이터 있는 집으로 이사해 드리겠다고 한 말에 그녀는 더욱 호감이 갔다.
이가인은 심지어 전민우와 결혼하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 요즘 세상에 정상적인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으니 이렇게 좋은 사람 만나면 그냥 결혼해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연진의 한마디에 그녀는 단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민우의 행동은 효심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그저 돈 냄새를 맡았을 뿐.
역시 이 세상에서 허세 부리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는 남자를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음 날, 이가인은 병원으로 출근했다.
여기는 혜임 병원처럼 크지 않았다. 정형외과는 손바닥만 한 공간이었다.
그 좁은 복도에서 이가인은 정승진과 마주쳤다.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이가인은 어쩔 수 없이 인사를 건넸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정승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곧장 지나갔다.
순간 이가인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결혼은 올해 안에 하겠다고 그녀가 정승진에게 말했던 건 그녀 자신이었다.
그가 그런 그녀를 무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며칠 동안 두 사람은 매일 병원에서 마주쳤다.
사람들이 있으면 인사를 했고 아무도 없을 때는 그를 못 본 척했다.
정승진은 더 심했다. 사람 있건 없건 이가인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한 번은 식당에서 이가인이 정승진과 마주쳤다.
그의 맞은편에는 모르는 여간호사가 식판을 들고 앉아 있었다.
이가인은 더 이상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지만 옆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산부인과 간호사래. 용감하네. 교수님 여자친구 있는 거 다 알면서.”
다른 사람이 말했다.
“여자친구랑 헤어진 거 아니야?”
“뭐? 교수님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이가인은 그 말에 흠칫하며 귀를 기울였다.
그 간호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 선생님한테 들었는데 교수님이 매주에 그렇게 많은 수술을 하고도 어쩌다 쉬는 날에 여자친구를 보러 가지 않고 조 선생님이랑 농구하고 밥 먹었다더라. 그래서 조 선생님이 술김에 여자친구 달래줬냐고 물어봤는데 교수님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서. 천천히들 먹고 있어요.”
정승진은 이가인이 먼저 자리를 떠나는 것을 보더니 싱겁기만 했던 국이 갑자기 맛있게 느껴졌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여간호사는 희망 가득한 눈빛으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교수님, 부탁드릴게요.”
“다음 주 화요일에 오라고 해요. 나한테 직접 찾아오라고 전해요.”
“진짜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나랑 맞는지 시험 삼아 해보라 해요. 내 페이스에 적응해야 같이 일을 하죠.”
“문제없어요! 제 남자친구는 힘든 일도 잘 버텨요.”
“내가 지도해줄 수는 있는데 남자친구라고 외부에 말하지 마요. 괜히 연줄 써서 들어온 걸로 오해받으면 안 되니까.”
여간호사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절이라도 할 기세였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삼진 병원 정형외과에 새로 들어온 의사 중 하나였다.
정승진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제자가 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여간호사는 사랑을 위해 체면도 내려놓고 끈질기게 정승진에게 매달렸다. 드디어 이날 성공적으로 허락을 받은 것이다.
“교수님, 제 남자친구 얘기는 하지 않을게요. 교수님께 불편하게 해서 죄송해요. 다른 사람들이 저를 교수님한테 대시하는 걸로 소문내더라고요. 만약 그게 교수님께 누가 된다면 제가 교수님 여자친구분께 가서 직접 말씀드릴게요!”
정승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네. 설명해야 할 때가 꼭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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