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시선은 짧게 부딪혔고 이가인은 재빨리 눈길을 돌리며 마치 못 본 척하고 지나쳤다.
예상대로 정승진은 그녀의 뒤를 따라붙었고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막 화를 내려는 순간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만 멈췄다.
“가인아, 출근하니?”
그녀는 고개를 돌려 보니 오른쪽 가게에서 아침을 먹고 있던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네, 출근해요.”
아주머니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 곁에 있는 정승진에게로 옮겨졌다. 아주머니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남자 친구니?”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아니에요.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동료예요. 이 근처에서 살거든요.”
아주머니는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
정승진도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근처에 사시는데 왜 이제야 보네요.”
“전에는 여기 안 살았고 금방 이사 왔어요.”
“그랬군요. 어쨌든 빨리 출근들 해요. 가인아, 다음에 보자.”
이가인은 웃으며 작별 인사를 한 뒤 고개를 돌리자마자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좀 멀리 떨어져서 걸으면 안 돼?”
정승진은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출근하려면 이 길밖에 없는데.”
그녀는 뻔뻔한 그의 태도에 얼굴이 굳어졌다.
“좀 그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또 이웃이 인사를 건네왔다.
“가인아.”
이가인은 고개를 들더니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할머니, 시장 다녀오세요?”
진순자는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살짝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래, 저쪽 시장이 더 싸서 갔지. 출근길이구나?”
이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곧이어 진순자의 시선도 정승진에게로 옮겨졌다. 이를 눈치챈 이가인은 서둘러 설명했다.
“저희 병원 동료예요. 여기 근처에서 살고 있어요.”
그렇게 걸어가는 내내 만나는 동네 사람마다 인사를 건넸고 정승진과 말다툼할 타이밍조차 잡지 못했다.
동네를 벗어나자 큰 길이 나왔고 20미터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길가에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이가인은 여전히 정승진을 무시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침 병원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하자 그녀는 익숙하게 코드를 찍은 뒤 버스 뒤쪽으로 걸어갔다.
“버스에서 이렇게 코드를 찍는 거구나. 오늘 많이 배웠네.”
그녀는 순간 버스 안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며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매일 출퇴근 버스를 같이 탈 수 있겠네.”
정승진의 목소리는 별로 크지 않았지만 버스 안이 너무 조용하다 보니 그의 말이 너무도 선명하게 들렸다.
이가인은 그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고개를 들어 눈으로 경고했다.
그는 오히려 웃음기 섞인 눈으로 쳐다봤다.
그 순간, 버스가 갑자기 급정거하며 차 안이 흔들렸다.
모든 승객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쏠렸고 그녀 역시 비틀거렸다. 그는 곧바로 그녀 앞을 막아서며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운전기사의 투덜거림과 함께 차 안은 잠시 정적에 빠졌다. 정승진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괜찮아?”
그녀는 곧바로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그의 팔은 안전띠처럼 그녀의 허리를 꼭 감싼 채 차마 움직일 수 없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작게 입술을 움직였다.
“손 치워.”
정승진은 몇 초간 손을 치우지 않은 채 더 안고 있다가 그녀가 화를 내기 직전에야 손을 풀며 말했다.
“조심해.”
그는 매일 이 버스를 타고 함께 출근하고 싶었지만 정거장이 너무 짧아 금방 도착해 버렸다.
만약 내리기 전에 코드를 찍지 않는다면 기어코 앞쪽으로 가서 운전기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을 정도다.
운전기사의 급정거 덕분에 오랜만에 이가인을 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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