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임은 새벽 서너 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오피스텔로 돌아온 후, 이시아는 벽에 걸린 시계가 이미 한 시를 넘은 것을 보고, 손을 들어 달력 한 장을 또 찢어냈다.
카운트다운 이틀째 날, 이시아는 일찍 일어났다.
그녀는 오피스텔을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한 뒤, 최근에 정리해 둔 불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아래층으로 끌고 가서 버렸다.
그 후, 그녀는 연애 기간 동안 적어둔 일기와 몰래 찍은 사진들을 서재로 가져가 한 장씩 문서 파쇄기에 넣은 뒤,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버렸다.
이후로, 그녀와 한서준이 3년 동안 함께 살았던 이 오피스텔에는 더 이상 이시아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카운트다운 마지막 날, 이시아는 오랜만에 푹 잤다.
이번 잠은 특히 길었고, 커튼을 열자, 화창한 날씨가 눈앞에 펼쳐졌다.
떠나기에 참 좋은 날이었다.
그녀는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마지막으로 남은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넣은 김에 마지막 달력 한 장을 찢어냈다.
전자레인지에서 ‘띵’하고 울릴 때, 현관문에서는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름 넘게 집에 오지 않았던 한서준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뭔가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
방 안 곳곳이 많이 비어 있었고, 테이블 위에 놓인 달력도 깔끔하게 뜯겨 있어 한서준의 눈에 거슬렸다. 그는 한마디 물었다.
“왜 이렇게 많은 물건이 없어진 거야?”
이시아의 목소리는 매우 평온했다.
“쓸모없어서 버렸어. 나중에 네가 좋아하는 걸로 다시 사면 돼.”
한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금 산 채소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식탁을 지나가다가 그녀가 너무 간단히 먹고 있는 걸 보고 참지 못하고 접시를 가져갔다.
“오늘 네 생일인데, 왜 이런 것만 먹어? 그만 먹어, 내가 요리해 줄게.”
이시아는 조금 놀랐다.
그가 기억하고 있었다니?
그녀는 소파에 앉아 부엌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벽에 걸린 시계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몇 가지 요리가 식탁에 올라왔을 때, 식탁 위에 놓인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음식을 내려놓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서준이니? 너 어디 갔어? 희주가 또 약 먹으려 하지 않아. 얼른 병원에 와서 좀 달래 줘.”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는데, 음색이 장희주와 아주 비슷했다. 이시아는 아마 그녀의 어머니일 거라고 추측했다.
한서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먼저 고개를 숙여 이시아의 표정을 살피며, 마치 그녀의 의견을 구하는 듯했다.
“가 봐.”
그녀가 담담하게 이 말을 내뱉은 것을 듣고, 한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고 했어?”
그의 얼굴을 보자, 이서아는 하려던 말이 다시 목에 걸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가봐. 조심하고.”
한서준은 별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문을 닫았다.
멀어져 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혀끝에서 맴돌던 말들이 텅 빈 방 안에 울려 퍼졌다.
“한서준, 사실 나는 망고 알레르기가 있어.”
“사실, 오늘이 너와 함께하는 마지막 날이야.”
그 말은 가벼웠고, 마치 수증기처럼 소리 없이 사라졌다.
벽에 걸린 시곗바늘이 12시를 가리킬 때, 이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 위의 음식과 케이크를 버렸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침실로 돌아가 미리 준비해 둔 트렁크를 들고나와, 마커펜을 꺼내 숫자 0이 적힌 달력 위에 한 마디를 남겼다.
[한서준, 우리 헤어지자.]
이름을 적으며, 마음은 이미 굳혔다.
굳게 닫힌 현관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이시아는 트렁크를 들고, 그녀가 한때 집이라고 불렀던 이 오피스텔을 떠났다.
다시 뒤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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