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 전처가 후회했다 นิยาย บท 1009

이천후는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천민석은 구강에서 ‘대단한 인물’이라더니, 밥값 하나 제대로 못 낼 정도이지 않은가. 아무리 봐도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천민석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고 저녁에 도움을 받아야 하니 식사를 마친 후 이천후는 알아서 눈치껏 계산했다. 뿐만 아니라 천민석이 쌓아놓은 외상까지 모두 갚아줬다.

사장님은 기쁨에 겨워 이천후의 얼굴에 뽀뽀까지 해버렸다. 이천후는 살짝 몸서리를 쳤다.

그 와중에 천민석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손님을 초대한 자신이 계산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손님에게 부담을 지운 것이 체면에 걸렸던 것이다.

그는 이천후의 어깨를 두드리며 밤에 반드시 그를 은무학궁에 들여보내겠다고 확언했다.

‘제발 헛소리가 아니길 바라야지.’

이천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녁 7시가 되자 천민석은 이천후를 데리고 은무학궁으로 향했다.

은무학궁은 시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강 동교??에 위치한 천주산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궁전처럼 웅장하게 지어진 이곳은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각 출입구마다 은무학궁의 무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천민석은 이천후를 한 출입구로 데리고 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옷차림이 화려하고 품격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이천후는 천무각의 사람들도 다수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유지하며 자신이 이곳에 온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지금 그는 인피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허점만 보이지 않는다면 천무각 사람들이 그를 알아채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 들어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무사였고 일부는 부유한 사업가나 고위 관료??들처럼 보였다. 그들은 통행증을 제시하거나 특별한 절차 없이 바로 입장했는데 출입구를 지키는 두 명의 무사들은 이들을 막지 않았다.

“이착 씨, 내가 들어가게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마요.”

천민석은 주변을 힐끗거리며 다소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모두 대단한 인물들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입구에 가까워지자 출입구를 지키고 있던 키가 큰 무사가 그들을 가로막았다. 그와 그의 동료는 흰색 바탕에 금색 무늬가 새겨진 제복을 입고 있었다.

“잠시만요. 어느 세력 소속이죠? 이름을 대세요.”

키 큰 경비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천민석과 이천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마치 하대하는 듯한 태도였다.

이천후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 자식들이... 오강훈, 네 이 배은망덕한 놈! 당장 비켜!”

천민석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오강훈을 향해 소리쳤다.

철썩.

그러나 오강훈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말 한마디 없이 천민석의 뺨을 후려쳤다.

천민석은 눈앞이 캄캄해져서 휘청거렸다.

오강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민석, 네가 아직도 십 년 전으로 착각하고 있나 본데, 넌 이제 그때처럼 떵떵거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야. 난 더 이상 네 집안의 하인이 아니라 은무학궁의 경비라고. 또 까불어봐. 너 죽는 꼴 보게 될 테니까.”

사람들 앞에서 예전의 하인에게 뺨을 맞은 일은 체면을 중요시하는 천민석에게는 치욕 그 자체였다.

천민석은 이를 악물고 화를 참으며 아무 말 없이 오강훈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