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후가 고개를 끄덕이자 연태준의 눈에 기쁨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이제부터 이 선생님은 만독종의 명실상부한 2대 종주가 되는 겁니다. 다만 말로만 약속하기에는 부족하니 맹세를 해야 할 겁니다.”
연태준의 말에 따라 이천후는 손을 들어 맹세했다.
“오늘부터 저 이천후는 만독종의 2대 종주가 되어 전 종주님의 말씀을 받들고 문파를 정화하고 스승을 배신하고 문파를 멸망에 이르게 한 배신자 도강식을 반드시 처단할 것입니다.”
“이 맹세를 어길 시 천벌과 저주를 받아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겠습니다.”
“좋아요, 아주 좋아!”
이천후가 맹세를 마치자 연태준은 연거푸 좋다면서 외쳤다. 감격에 겨워 하얀 붕대에 감긴 팔도 미세하게 떨렸다.
“이천후, 앞으로 너는 내 두 번째 제자가 되는 거야. 반드시 도강식을 처단하고 만독종을 크게 발전시켜야 해.”
“네, 연 대사님.”
이천후는 대답을 하긴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난처함을 느꼈다. 갑작스럽게 그에게 도강식이라는 선배가 생겨버린 것이다.
이천후는 생각할수록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이 득을 본 것 같아 보였다. 만독종의 종주 자리를 차지하게 된 셈이니까. 그러나 실제로는 연태준이 훨씬 많은 것을 얻은 듯했다.
첫째로 그의 손녀의 다리를 치료할 수 있고 둘째로는 직접 손을 쓰지 않아도 문파를 정화할 수 있으며 셋째로는 유산이 끊기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천후가 양쪽을 다 챙겼다고 할 수 있다면 연태준은 세 가지를 모두 챙긴 셈이다.
역시 나이는 헛먹은 게 아닌가 싶었다. 연태준은 이 기발한 방법으로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이천후는 어쩐지 기분이 언짢아졌다. 연태준이라는 늙은 독사의 계산에 걸려든 것 같은 찜찜함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다.
“이건 내가 쓴 독왕경이야. 만독종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지. 여기에는 만독종의 모든 독약 조제법과 해독법이 기록되어 있어. 너도 이 책을 잘 연구해 둬. 네가 앞으로 수행할 일들에 큰 도움이 될 거니까.”
연태준은 품에서 두툼한 책자를 꺼내 이천후에게 건네주었다.
그 책을 보자 옆에 있던 건장한 남자와 항상 미소를 띠고 있는 흰옷의 청년의 눈에 뜨거운 열망이 담겼다.
연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두 제자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고 심지어는 눈빛 깊은 곳에 살기가 번뜩였다.
“장룡아, 장호야. 너희 둘은 나가 있거라. 천후와 따로 할 이야기가 있어.”
연태준이 갑자기 손짓하며 두 제자에게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몸을 숙여 공손히 대답하고는 나란히 문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연태준을 등지고 나서면서 서로 눈길을 마주쳤고 둘 다 눈에 원망의 빛이 어렸다.
연태준의 제자로서 십 년 동안 공경하며 지내왔고 하루도 빠짐없이 그를 모셨지만 연태준은 가장 귀중한 독왕경을 이천후에게 주어 버렸다. 이천후와 연태준은 만난 지 채 십 분도 되지 않았다.
그들은 십 년 동안 충성스럽게 연태준을 모셨지만 그토록 원하던 독왕경은 결국 외부인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문턱에 닿을 무렵 갑자기 가슴에 격통을 느끼며 동시에 핏덩이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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