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 전처가 후회했다 นิยาย บท 1103

박경혜가 등장하자 유정철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녀가 풍기는 고고한 기운을 보니 확실히 은둔 문파 출신임이 분명했다. 장태환이 그렇게 거만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게다가 박경혜의 몸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에너지 파동은 유정철조차 긴장하게 만들었다.

‘분명 보통 인물이 아니야!’

하지만 이천후의 실력을 떠올리자 유정철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무슨 일인데 나까지 부른 거야?”

박경혜는 살짝 찡그린 얼굴로 장태환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가 등장하자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숨을 죽였다.

정말 선녀가 내려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게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수련자라면 이천후가 이번엔 정말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게 아닐까 싶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아 있는 이천후에게로 향했다.

비록 박경혜는 베일을 써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매와 그녀가 풍기는 기운은 단번에 그녀가 박경혜임을 알아보게 만들었다.

이천후는 순간 안색이 살짝 변했다.

‘설마 했는데 장태환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 박경혜였다니.’

박경혜는 야망이 큰 여자다. 그녀가 속세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었기에 장태환이 그녀의 하수인으로 활동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보스, 저 자식을 처리해 주세요. 바로 저놈이 보스께서 저에게 내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장태환은 앉아 있는 이천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독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박경혜는 그의 말을 듣고 천천히 방 안을 둘러보다가 소파에 앉아 있는 이천후를 발견했다.

이천후는 옅은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박경혜는 순간적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몸이 얼음 속에 갇힌 듯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큰일 났네!’

‘장태환 이 멍청한 놈, 왜 하필 이천후를 건드린 거야!’

박경혜가 장태환에게 예쁜 여자들을 찾아오라고 시킨 것도 사실은 이천후를 유혹하기 위해서였다. 그에게서 독왕경을 빼앗아 와야 했기 때문에.

그런데 이 바보 같은 장태환이 하필 이천후를 건드려서 일을 완전히 망쳐 놓은 것이다.

“보스, 저놈 말입니다! 저놈이 감히...”

장태환이 말을 계속 이어가려 하는데 박경혜는 돌아서서 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찰싹.

방 안에 맑고 선명한 뺨 맞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태환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얼굴을 감쌌다. 그는 박경혜가 자신을 때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박경혜 씨, 잠깐 따라와요.”

모두가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이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박경혜도 굳은 표정으로 조용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진짜 큰일 났네.’

‘장태환 이 바보 같은 놈 때문에 이천후를 건드리게 됐잖아. 일을 망친 것도 모자라 이천후에게 더 나쁜 인상을 심어주게 됐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만약 그로 인해 이천후가 자신을 싫어하게 된다면 문파의 과업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써 이천후는 그녀가 문파에서 내준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니까.

최근에 들은 소식에 따르면 연태준의 거처가 불에 타면서 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말은 연태준은 죽었으니 이제 이천후이 만독종을 상대할 방법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 의미였다.

그래서 박경혜는 이천후를 그야말로 신줏단지 모시듯 모셔야 했다.

다른 방에 들어선 후 이천후는 바로 소파에 앉고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박경혜를 바라봤다.

박경혜는 차분하게 호흡을 고르며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치마를 잡고 소파에 앉으려 했다.

“박경혜 씨는 서서 말하죠.”

이천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