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 전처가 후회했다 นิยาย บท 1317

“내가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 하는 말인데 사실 은설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네에게 감정이 있었어. 은설이는 자네를 남편으로 여겼었어. 예전에 은설이가 자네에게 차갑게 대했던 건 자네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자네가 좀 더 나아지길 바랐기 때문이었어. 자네도 알잖아, 내가 사업 수완이 없어서 집안의 모든 사업이 은설이에게 맡겨졌다는 걸.”

“은설이는 올해 겨우 스물일곱이야. 원래라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일 텐데 매일 회사의 복잡하고 끝없는 일들로 지쳐가고 있었어. 은설이는 의지할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누구보다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했지. 은설이는 그 사람이 자네가 되기를 바랐어. 하지만...”

“누구나 나름의 사정이 있죠. 하지만 잘못한 건 잘못한 겁니다.”

이천후는 결코 임은설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에게 딸을 잃은 슬픔은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었다.

“은설이는 내 딸이니까 난 누구보다도 은설이를 잘 알아. 은설이는 마음이 참 순수한 아이야. 무언가를 너무 고민하거나 걱정하는 걸 싫어했고 그저 어린 소녀처럼 살고 싶어 했어. 어릴 때부터 나한테 늘 말했어. 커서 성숙하고 듬직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며 모든 풍파를 막아줄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그러면 본인은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임청원의 목소리는 점점 가라앉았다.

“하지만 현실은 은설이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흘러갔어. 은설이는 남자 뒤에 숨을 수 있는 소녀가 되지 못했어. 오히려 혼자 모든 걸 짊어져야 하는 강인한 여자가 되었지. 위태로운 회사를 겨우겨우 지탱하며 매일 불안 속에서 하루를 보냈어. 그건 대부분 내 책임이야. 내가 아빠로서 제대로 해내지 못했으니까. 내가 은설이를 위해 바람막이가 되어주지 못했으니까.”

“난 요즘 이 모든 일을 되돌아보고 깨달았어. 내가 가장 미안한 사람은 은설이라는 걸. 하지만 이제는 은설이를 찾을 수도 없게 되었어. 나는 알아. 은설이는 마음속에 여전히 자네를 품고 있었어. 그런데 나와 은설이 엄마가 자네와 은설이의 관계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거야. 우리가 두 사람에게 계속 상처를 주고 은설이를 다치게 했지. 아마 은설이는 우리가 원망스러워서 도망친 걸 거야. 나와 자기 엄마를 더는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이천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임청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말 속에 담긴 진심 어린 감정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딸에 대한 아버지의 깊은 죄책감과 사랑이었다.

“난 지금 은설이를 제일 만나고 싶어... 하지만 어디에서도 은설이를 찾을 수가 없어...”

임청원은 끝내 참지 못하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천후는 잠시 망설이다가 담담히 말했다.

“아저씨, 과거의 인연을 생각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만약 제가 은설이를 만나게 된다면 아저씨 곁으로 데려오겠습니다.”

이천후는 결국 임청원에게 약속을 건넸다. 그에게 있어 그것은 큰 부담이 아닌 단순한 호의일 뿐이었다.

임청원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손을 내밀어 이천후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 짧은 순간에 말보다도 더 많은 감정과 약속이 오갔다.

두 사람은 음식점에서 나왔고 이천후는 임청원의 빚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몇몇 젊은 남자들이 거칠게 몰려와 그들을 둘러쌌다.

그 남자들은 하나같이 무서운 인상을 풍기고 있었고 팔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조직 폭력배 같은 분위기였다.

임청원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황급히 이천후에게 말했다.

“자네, 어서 가! 이놈들은 나한테 빚 받으러 온 거야!”

“괜찮아요. 제가 해결할게요.”

이천후는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임청원 저 사람 잡아! 절대 도망 못 가게 해!”

그들은 이천후를 향해 화난 눈빛을 보내며 거친 말을 퍼부었다. 심지어 그중 두 명은 이천후를 밀치며 그에게 손을 대려 했다.

“멈춰! 모두 멈춰!”

이때 미간에 칼자국 흉터가 있는 청년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이천후의 정체를 알아차리자마자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주위의 젊은이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때 칼자국 청년은 온몸이 얼어붙은 듯 잠시 멈칫하더니 급히 이천후에게 달려갔다. 그러고는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를 하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강오입니다. 여기서 이 대사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천후는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

“다행히 날 알아보는군.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너희 모두 한 대씩 맞았을 거야.”

강오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얼굴은 물론이고 등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에게 눈앞에 있는 이천후는 소문으로만 듣던 무시무시한 사람이었다.

지금 여기 있는 열몇 명은 물론이고 몇십 명이 더 온다고 해도 이천후는 혼자서 그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