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 전처가 후회했다 นิยาย บท 1320

이천후가 우미란에게 마음속 의문을 털어놓으려던 찰나 갑자기 한유서가 비명을 지르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냈다.

곧이어 그녀의 입가에서 천천히 피가 흘러내렸다.

그 피는 검은색이었다. 그 섬뜩한 색깔이 모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한유서를 진찰하던 의사들은 그 즉시 당황해하며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이천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속세의 의사들로는 한유서 씨의 독을 치료할 수 없을 거야!’

한유서가 검은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본 우미란 역시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얀 가운을 입은 몇몇 의사들이 한참 동안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마침내 연륜이 있어 보이는 나이 많은 의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말했다.

“사모님, 저희는 한유서 아가씨가 중독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해독법을 시도했음에도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아가씨의 혈액에서 독소를 추출해 보니 저희가 지금껏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독이더군요. 저희가 제안드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혈액 투석을 통해 체내의 독성을 분리해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독이 퍼지는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 겁니다.”

우미란은 의사가 제안한 치료 방법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장 선생님은 해독 전문가시잖아요. 말씀하신 대로 진행해주세요.”

하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이천후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만약 장 의사의 말대로 치료한다면 한유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장 의사가 말한 방식이 잘못된 건 아니다. 현대 의학에서는 중독 환자를 치료할 때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 치료하는 게 맞다. 하지만 한유서의 독은 현대 의학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 독은 만독종에서만 사용하는 ‘칠일쇄심산’이니까.

이 세상에 이천후를 제외하고 이 독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장 의사가 말한 혈액 투석 같은 치료법은 전혀 소용이 없다. 칠일쇄심산은 심장에 직접 작용하는 독이기 때문에 한유서의 몸에서 피를 전부 갈아치운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 치료 방법은 안 됩니다.”

이천후는 단호하게 우미란에게 말했다.

우미란은 놀란 표정으로 이천후를 쳐다보았다.

“유서 씨가 중독된 지 벌써 6일이 되었죠? 오늘 밤 자정이 지나면 독이 발작해 반드시 죽게 될 겁니다. 하느님이 와도 살릴 수 없을 거예요.”

이천후가 말했다.

우미란은 그 말을 듣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다 갑자기 마치 무언가를 떠올린 듯 급히 물었다.

“아참, 자네도 의술을 배웠잖아. 이 독을 해독할 수 있겠어?”

이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할 수 있어요.”

우미란은 그의 대답에 안도하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이천후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우미란은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유서의 큰이모야. 유서가 중독된 걸 빌미로 매일같이 찾아와서 난리를 쳐. 아주 울고불고 죽겠다고 난리치면서 돈을 요구하고 있어...”

그 말을 듣고 나서 이천후도 어이없어했다.

‘한유서 씨 큰이모라는 사람 대단하네. 우미란 같은 사람한테까지 이런 짓을 하다니, 진짜 기막힌 재능을 가졌어.’

우미란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유서의 큰이모니까 지금까지 참아준 거야. 아니었으면 벌써 정리했지. 이번에 유서가 중독된 것도 어쨌든 한씨 가문을 위해 일하다 당한 건데, 우리 한씨 가문이 유서에게 빚진 게 많지.”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매일 와서 난리를 쳐. 집 달라, 차 달라, 돈 달라 하면서. 요구하는 게 끝이 없어. 내가 요즘 너무 골치 아파서 그냥 무시하고 있었어. 유서의 독부터 먼저 치료하고 나서 그다음에 저 사람을 정리할 생각이야.”

이천후는 다시금 속으로 혀를 찼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조카가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데도 그걸 빌미로 돈이나 뜯어내려 하다니. 정말 희대의 기행종이군.’

한유서의 큰이모는 여전히 문가에서 울부짖으며 난리를 쳤고 이런 소란은 이천후가 침을 놓는 데 방해가 되었다.

이때 우미란도 더는 참지 못하고 짜증난 표정으로 한유서의 큰이모를 향해 소리쳤다.

“저기요, 제가 어제 점포 다섯 개나 줬잖아요. 그런데 오늘 또 와서 뭐 하자는 거예요? 지금 의사 선생님이 유서의 독을 치료하는 중이에요. 방해하지 말고 당장 나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