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아의 발걸음이 멈췄다.
“날 구하기 위해서?”
박수연은 눈망울을 또르르 굴리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엄마, 6년 전 크리스마스이브 기억나? 그날 밤, 아빠가 목숨 걸고 엄마 지켜줬어요. 엄마 쫓던 살인범을 아빠가 일부러 유인해서 엄마 도망가게 해준 거였어!”
작은 아이는 말할수록 울먹였고 분노로 두 손을 꼭 쥐었다.
“그런데 그 나쁜 삼촌은 그 공을 자기 몫인 척 가로챘어! 아빠가 한 걸 자기가 한 것처럼!”
“6년 전, 아빠는 엄마를 지키려고 칼에 15번이나 찔렸대. 그래서 결국 한 달 가까이 의식도 없이 누워 있었는데 아빠가 깨어나 보니 엄마는 그 나쁜 아저씨한테 붙어 있었다고 했어요.”
이 모든 건, 정민우가 박수연에게 들려준 이야기였다.
심민아의 머릿속에 박진호의 온몸을 뒤덮은 상처가 떠올랐다.
그녀는 의사다.
그 상처들이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살의를 품은 공격의 결과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 칼이 그녀 몸에 꽂혔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심민아는 애초에 방성훈이 자신을 구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생명의 은인이 박진호일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녀가 멍해져 있을 때, 박수연이 울먹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엄마, 미정 이모가 그러는데 엄마는 그 나쁜 삼촌이 엄마를 구해줘서 그 아저씨를 좋아한 거래. 그럼 이제, 엄마도 아빠를 좋아할 수 있어? 아빠도 엄마 구해줬잖아.”
심민아는 조심스레 무릎을 꿇고 딸아이와 시선을 맞췄다.
‘내가 어떻게 아빠를 좋아하지 않겠어?’
그녀는 18살 때부터 박진호를 좋아했다.
그런데 박진호는 늘 다른 여자를 가슴에 품고 있었고 그래서 그녀는 애써 감정을 숨겼다.
‘그런데 왜? 왜 6년 전, 그는 기꺼이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했던 걸까?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착각 때문일까?’
‘혹시 내가 그 첫사랑을 닮아서? 그저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로 측은지심이 들었을까?’
하지만 어찌 됐든 그녀는 그의 목숨을 빚졌다.
언제 꺼냈는지 작은 아이는 어딘가에서 안경테를 꺼내 쓰더니, 한 손으로 심민아의 손을 꼭 잡았다.
“엄마, 엄마는 아빠의 법적 아내야. 첫사랑이 돌아오든 말든 엄마는 여전히 박진호 씨 아내고 우리의 엄마라고.”
“그리고, 아빠는 엄마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 안 그랬으면 목숨 걸고 구하겠어?”
딸의 말에, 심민아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확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그 여자는 첫사랑일 뿐, 아내는 나야. 법적으로, 현실적으로, 육체적으로도.’
만약 그가 첫사랑 때문에 이혼을 고집한다면 그녀도 가만히 당할 생각은 없었다.
‘최소한 한 번은 자고 이혼해야지. 아니, 한 번으로는 부족해.’
그녀는 박진호에게 몸값을 받아낼 생각이었다.
6년간의 ‘청정 금욕 생활’, 그리고 그 첫사랑 그림자 속에서 살았던 대가.
그녀가 받은 그 모든 것의 ‘정산’을 그의 침대 위에서 받아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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