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협의서에서 시작하는 회귀 นิยาย บท 86

박지훈은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의 소개팅에서 아빠 마음에 들지 않아서 주식의 신이 그렇게 서둘러 떠나버린 걸까?’

심민아는 매우 후회했다.

그게 단지 오해였던 거라면 오늘 그녀는 박진호를 외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조용히 카카오톡 주사위를 굴렸다. 홀수가 나오면 멈추고 짝수가 나오면 한 걸음 용감히 내딛기로 마음먹었다.

그 순간 임미정의 카카오톡에 갑작스레 도착한 주사위 메시지의 점수는 3이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물음표 하나를 보내자 상대는 말없이 메시지를 지웠다.

결국 다시 도착한 주사위 메시지는 이번엔 점수 1이었다.

상대방이 또다시 메시지를 삭제했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임미정은 단순한 주사위 게임이라 여긴 채 무심코 주사위를 굴렸다.

그녀가 던진 주사위 점수는 6이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상대가 그녀의 6점을 고스란히 복사해 보냈다.

심민아는 복사된 6점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음. 짝수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휴대폰을 들어 박진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서 알림음이 울렸고 박진호의 휴대폰이 조용히 진동했다.

[박 대표님, 오늘 오후에 말씀하신 연인 계약은 아직 유효한가요?]

박진호는 고개를 들어 심민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을 피한 채 고개를 숙이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효해요.]

‘딩딩.’

곧이어 심민아의 휴대폰에서 두 번의 알림음이 울렸다.

첫 번째는 박진호의 메시지 두 번째는 해커에게서 온 것이었다.

[박진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마음에 들지 않았나요?]

심민아는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고 슬쩍 주제를 비껴갔다.

[오늘 오후에 당신이 올 줄 알았는데요.]

그녀는 아직도 그 해커를 만나고 싶었다.

‘딩동.’

상대의 답장이 도착했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심민아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다.

해커가 말했다.

[오늘 소개팅 자리에 있었어요.]

심민아는 본능처럼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앉은 박지훈을 바라보았다.

박지훈은 휴대폰 화면을 응시한 채 ‘주식의 신’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집중해 있는 사이 자신을 바라보는 심민아의 시선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해커가 왔다고?’

“방현 그룹의 새로운 칩 기술이야.”

박진호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을 건네자 심민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에게 파일을 되돌려주었다.

“이게 당신 회사의 핵심 기밀 맞지? 그런데 왜 나한테 주는 거야?”

그녀는 의학과 주식 시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사업 전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하물며 연구 개발 같은 분야는 더욱 생소했다.

박진호는 점점 차가워지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가 찾고 있던 게 이거잖아? 다음부터 그렇게 번거롭게 찾지 마. 기밀문서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심민아는 어이없었다.

“...”

그의 말은 마치 그녀가 이전에도 박진호의 회사 기밀을 자주 훔쳐본 사람처럼 들렸다.

박진호가 외투를 챙겨 나가려 하자 심민아는 조용히 그의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

“내가 찾고 있는 건 결혼할 때 당신이 준 6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야.”

그녀는 그의 등 뒤에 얼굴을 묻었고 박진호의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그녀의 볼에 닿았다.

“이리 와.”

심민아는 그를 화장대 앞으로 이끌고 앉히더니 드라이어를 꺼내 들고 뜨거운 바람으로 그의 젖은 머리를 정성껏 말리기 시작했다.

“샤워하고 나면 빨리 머리를 말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감기 걸리기 쉬워.”

드라이어의 윙윙거리는 소음이 마음을 잔잔하게 흔들었고 박진호는 거울 속에서 자신의 젖은 머리를 정성스럽게 말려주는 심민아를 바라보며 이 모든 순간이 꿈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