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협의서에서 시작하는 회귀 นิยาย บท 87

이렇게 평범하면서도 따뜻한 일상은 박진호에게는 감히 꿈꿀 수 없는 일이었다.

머리가 거의 다 말랐을 무렵 심민아는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심민아...”

그녀는 드라이기를 끄고 몸을 숙여 조심스레 그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방금 뭐라고 했어? 잘 못 들었어.”

거리가 너무 가까워 코끝이 닿을 듯한 순간 그녀는 그의 흐트러진 숨결과 자신에게 키스하려는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말이 아니라 그의 눈빛이 전하고 있었다.

“아니야...”

박진호는 시선을 피하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고 그 순간 부드러운 입술이 그의 입술에 살며시 닿았다.

가볍게 스친 키스는 짧았지만 아쉬움을 남겼고 박진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심민아는 그의 입술을 손끝으로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밤하늘의 달보다 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건 당신이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해.”

밤이 깊어졌고 심민아는 조용히 잠들었다.

박진호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숨결이 아직도 입술에 머무는 듯했고 그 짧은 키스 하나만으로도 그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심민아가 눈을 떴을 때 박진호는 이미 떠난 뒤였다.

휴대폰에는 해커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바빠요?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케이크 가게에 도착하자 안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박지훈이 손을 흔들며 그녀를 불렀다.

“이 케이크 어때요?”

박지훈은 손가락으로 태블릿 화면에 떠 있는 3단 케이크를 가리켰다.

심민아가 말했다.

“괜찮네. 근데 왜 갑자기 케이크를 사려는 거야?”

박지훈이 따로 그녀를 만나자고 한 것도 뜻밖이었고 요즘 박진호나 박지훈, 박수연 모두 생일이 아니었던 터라 그녀는 더욱 의아했다.

“3일 후면 끝나는 거 아닌가요?”

박지훈이 조용히 말했다.

“이건 축하 케이크예요.”

그 말에 심민아는 그가 ‘방성훈’을 말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축하 케이크 치고는 너무 작지 않아?”

심민아는 가장 큰 10단 케이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로 주문하자. 카드로 결제할게.”

카드 결제를 마치던 순간 마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들의 시선이 닿자 심민아는 살짝 웃으며 어색함을 감췄다.

“너무 서둘러 나오느라 아침을 못 먹었어.”

박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민아는 웃으며 잘랐다.

“맛 좀 봐. 정말 맛있어.”

10분쯤 지나자 할아버지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접시를 내왔다.

“큰건 1600원이고 작은 건 1200원이에요.”

박지훈은 다시 한번 놀랐지만 바로 결제를 했고 그는 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음식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옆에서는 심민아가 맛있게 만두를 먹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박지훈의 마음에도 조용히 변화가 일었다.

‘이토록 값싼 음식이 정말 그렇게 맛있을 수 있을까?’

그의 머뭇거림을 눈치챈 심민아는 조심스레 만두 하나를 들어 식힌 뒤 그의 입가 가까이 가져다 댔다.

심민아는 그 행동을 하고 나서 곧바로 후회했다.

박지훈은 지금껏 그녀에게 단 한 번도 부드러운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다.

심민아가 이런 식으로 박지훈에게 만두를 먹이기라도 하면 그는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엎어버릴지도 모른다.

“맛 좀 봐. 싫으면 말고.”

심민아는 어색한 말투로 중얼거리며 손을 거두려 했지만 바로 그때 박지훈은 그녀의 손끝을 붙잡았다.

놀라움이 번지기도 전에 박지훈은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숟가락 끝에 놓인 만두를 입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