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협의서에서 시작하는 회귀 นิยาย บท 9

“그쪽이 주식의 신이라고요?”

방성훈은 눈앞에 앉은 여자를 믿기 힘들다는 듯 쳐다봤다.

그녀는 검은색 슬립 드레스를 입고, 얼굴에는 신비로운 가면을 쓰고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상계를 뒤흔든다는 주식의 신이 이렇게 젊은 여자일 줄은 몰랐다.

또 이상하게도 방성훈은 눈앞의 여자가 심민아와 묘하게 겹쳐 보였다.

‘설마... 말도 안 돼. 심민아는 나한테 꼬리 치며 빌붙는 년이야. 어떻게 주식의 신일 수 있겠어.’

“아무튼 왜 저를 선택한 거죠?”

방성훈은 도저히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굵직한 대기업들이 줄줄이 협업을 제의할 정도로 모두가 원하던 주식의 신이었다. 심지어 박진 그룹까지도 그를 영입하고 싶어 했을 텐데, 어째서 자신을 택한 건지 이해가 안 갔다.

검정 가면 아래 붉은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담담한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비웃음이 묻어났다.

“생긴 것도 평범하고, 능력도 없고,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고 멍청하기까지 한데. 방 대표를 고르느니, 차라리 개 한 마리를 택하는 게 나았어요.”

방성훈의 표정이 굳어졌다. 콧방귀라도 뀌고 싶었지만 상대는 주식의 신이다.

괜히 화냈다가는 모든 걸 잃을 수 있으니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심민아는 속으로 고소해하며 와인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일부러 그를 깎아내리는 말을 던지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내 딸이 중병에 걸렸어요. 긴급하게 수혈이 필요한데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혈액형이에요. 경안시 여기저기를 뒤져 봐도 맞는 사람 찾기가 쉽지 않네요.”

그녀는 일부러 그를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갔다.

“그런데... 내 기억에 방 대표 딸이 RH-혈액형이 아니었나요?”

방성훈은 잠깐 멈칫하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심민아는 한쪽 다리를 꼬고 소파에 기대앉아, 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마치 하찮은 벌레라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내 딸을 위해 종종 수혈해 준다면 계약을 맺어 줄 의향이 있어요. 자, 방 대표, 딸을 택할래요? 아니면 앞길을 택할래요?”

방성훈은 생각해 보겠다고 했고, 심민아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미 미끼는 던져두었다. 이제는 가가 스스로 찾아와 무릎 꿇기만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물론 그가 순순히 말을 듣지 않는다면 다른 수단을 써서 얌전히 복종하게 할 생각이었다.

...

유치원 앞. 고급 차가 가득 늘어서 있었다.

심민아는 방성훈과 헤어진 뒤 곧장 박수연을 데리러 왔다. 한 손에는 구운 소시지를, 다른 한 손에는 우유를 들고 있었다.

그동안 잃어버린 엄마의 사랑을 채워 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30분 넘게 기다려도 박수연이 나오지 않자 점점 걱정이 되었다.

교실로 찾아가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옆쪽 잡동사니 방에서 소리가 들려 창문 틈으로 들여다보자 바닥에 넘어져 있는 박수연이 보였다. 또래 여자아이 몇몇이 박수연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중 단발머리를 한 여자아이가 박수연의 머리카락을 마구 잡아당기며 말했다.

“잡종 주제에 감히 나를 때려?”

“이 버러지 같은 애한테 사과하라고? 이모, 무슨 약이라도 잘못 먹었어?”

그녀는 오히려 뻔뻔하게 지시하듯 말했다.

“박수연을 때려서 나를 기분 좋게 해. 그러면 내가 이모를 우리 집 도우미로 써줄게. 우리 아빠 볼 기회를 주는 거야.”

여섯 살짜리 애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순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약한 버릇만 가득한 아이였다.

강소라와 방성훈이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자식이라면 혹시 억울하게 휘말린 무고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잠깐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쥐 새끼의 자식은 역시 쥐일 뿐이었다.

“강소라는 애를 어떻게 낳은 거야? 문제가 있으면 뇌 검사를 받아야 할 거 아니야. 돈 모자라면 내가 치료비 내줄게.”

남의 아이를 위해, 자신의 아이를 때린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이런 걸 요구하는 방서현이 멍청해 보일 뿐이다.

“웃기네, 이제 와서 착한 엄마인 척하겠다고? 너무 늦었지 않아? 이모, 예전에는 우리 아빠한테 잘 보이려고 박수연 엄청 때렸잖아. 그거 다 잊은 거야?”

방서현은 팔짱을 끼고 비꼬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심민아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묻겠어. 사과할 거야, 안 할 거야?”

방서현은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사과 같은 거 안 해. 이모가 어쩔 건데?”

심민아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미소 지었다.

“그래, 그게 네 선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