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까지 바래다줄게. 그리고 약은 꼭 챙겨 가. 돈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니까.”
진태웅은 진예빈의 손에서 무거운 여행 가방을 받아 들고 앞장섰다.
한 시간 후, 드디어 진예빈이 타고 갈 비행기 탑승 순서가 돌아왔다.
“그만 돌아가. 시간 날 때마다 전화 자주 하고. 하지만 앞으로 한동안 바쁠 예정이니까 놀러 오려면 예약하고 와.”
진예빈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그녀가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진태웅은 택시를 불러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 진태웅은 진예빈한테서 문자가 와 있음을 발견했다.
[태웅아,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이 일을 너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아.]
문자를 확인하던 진태웅은 순간 감정이 격양되기 시작했고 늘 차분하던 평소와 달리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큰 언니가 곧 회사 경영에서 물러날 거야. 아버지 뜻대로 이번에 언니가 돌아오게 되면 즉시 변재윤과 결혼하게 될 거고, 최대 반년 안에 이 모든 절차가 끝날 거야.]
자리에 앉아 한참을 침묵하던 진태웅은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 따위는 가리지 않고 심지어 자식의 행복까지 내던지는 진씨 가문의 전형적인 방식에 진태웅은 치가 떨렸다.
동생으로서 진태웅은 진심으로 누나가 좋은 남자를 만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길 바랐다. 그러려면 이번 변재윤과의 결혼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손윤서는 병원 복도에 조용히 앉아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었고 옆에 있던 오향은은 초조함과 불안이 가득한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하며 복도를 왔다 갔다 했다.
“윤서야, 우리 빨리 강주를 떠나야 할 것 같아. 여긴 더 이상 머물 곳이 못 돼. 어제 진태웅이 조현욱의 다리를 부러뜨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지금쯤 조호성은 분노로 미쳐있을 거야. 만약 우리까지 연루되면, 그때는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
어제 파티에서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돌아와서 생각할수록 오향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와 밤잠을 설쳤다.
강주에서 조호성이라는 사람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잔인한 인물이었고, 만약 그에게 걸린다면 좋은 결과가 없었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오향은은 의지하던 신우빈마저 이 꼴이 된 마당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손윤서는 이런 것들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도 매우 복잡했고 앞으로의 미래가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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