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를 집어 들어 대략 훑어보던 진태웅은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더 깊게 따질 필요도 없이 이 모든 건 오성후가 중간에서 조작한 게 분명했다.
예전에 진태웅은 오성후가 그냥 형식적인 껍데기 회사를 그에게 제공한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살펴보니 그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눈앞에 놓인 이 자료 중 단 한 부분만 해성 그룹 본사에 넘겨도, 오성후는 큰 곤경에 빠질 게 뻔했다.
이는 명백히 오성후가 스스로 약점을 진태웅의 손에 쥐여주는 행위였다. 진태웅은 속으로 이 노련한 여우의 속내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진태웅은 결국 오성후의 숨은 계략을 추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찌 되었든 이미 한번 그의 충성을 받아들인 이상 불필요한 의심은 배제해야 했다.
진태웅은 서류를 탁자 위에 던져놓으며 말했다.
“이런 자료들은 앞으로 회사에서 보이지 않게 하세요. 그리고 기존 제품들도 전부 내리시고요. 3일 안에 새로운 회사의 계획을 줄게요. 그때가 되면 우리 제품의 포지셔닝을 완전히 재정비해야 할 거예요.”
갑작스러운 지시에 강예란은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이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태웅 씨, 기존 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꾸면 오성훈 아저씨한테 피해가 갈 수도 있어요. 이건...”
강예란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진태웅은 손짓으로 그녀의 말을 중단하더니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앞으로 이 회사에서는 내 말만 따르면 돼요. 오성후 쪽은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어요. 이건 내가 강예란 씨한테 내거는 조건이에요. 만약 못 받아들이겠다면 이곳을 떠나 오성후를 찾아가도록 하세요.”
예쁜 여자도 드물지만, 총명한 여자가 더욱 매력이 있는 법이었다.
아무리 강예란이 능력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면 진태웅은 그녀를 곁에 두지도, 중용하지도 않을 생각이었다.
진태웅한테서 전해지는 냉기에 강예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참 독단적인 남자군.'
손수진의 학력과 실력으로는 이 정도 작은 회사에 있는 것 자체가 굴욕이었다. 그래서 높은 연봉을 제안하는 건 당연했고, 그녀는 그만한 가치가 충분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몰랐던 강예란은 진태웅이 직접 부탁하는 손수진이라는 여자가 그의 애인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제대로 말하면 회사에 공짜로 앉혀놓고 돈을 주는, 즉 변형적인 밀어 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강예란은 아직 만나지도 않은 손수진에게, 그리고 진태웅에게 더욱 부정적인 인상을 품게 되었다.
한편, 진태웅은 이미 회사를 나선 상태였다.
그는 우선 회사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정리한 후, 최대한 빨리 정상 궤도에 올려 첫 수익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건물 로비에 막 내려왔을 때, 소태양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예전에 말했던 옥패에 대한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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