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환이 강해솔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다른 스태프들에게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전달했다.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얘기했다.
“해솔 씨랑 같이 일하니 좋네요. 매일 정시 퇴근도 가능하고!”
녹음실 안팎으로 즐거운 분위기가 흘러넘쳤다. 화가 났던 권해솔도 어느새 진정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상태였다.
“무슨 일이야? 아까 들어올 때 보니까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던데.”
장윤정은 권해솔의 기분을 눈치챈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권해솔은 더 얘기하지 않았다.
“됐어, 말하기 싫으면 관둬.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어.”
장윤정이 입을 열지 않는 권해솔을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권해솔이 대수롭지 않아 하면서 물었다.
“재이라도 온 거야?”
장윤정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권해솔이 놀라서 사레가 들려 물을 뿜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장윤정은 그저 눈을 깜빡이면서 고개를 저었다.
권해솔은 너무 기뻐서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번 스케줄은 좀 갑작스러운 것 같더라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긴 한데...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장윤정이 말을 마치자 권해솔이 두 손으로 장윤정의 팔을 확 잡았다.
“다 필요 없어. 만나지 못하더라도 멀리서 지켜만 봐도 너무 좋아!”
재이는 더빙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만나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그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수많은 소녀팬을 거느리고 다녔다.
권해솔도 그 소녀팬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권해솔은 그 마음을 티 내지 않는 편이었다.
재이가 처음으로 더빙한 작품에서 권해솔은 가장 완벽한 목소리를 들었다.
직원이 부드럽게 얘기하자 권해솔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 통로는 아주 조용했다.
점심이지만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복도는 조금 어둡고 추웠다.
재이가 언제 들어올지 몰랐기에 권해솔은 그저 코너에 서서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40분에서 50분 정도 지났을 때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권해솔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타난 것은 농구공을 든 채 반바지를 입은 남자였다.
그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권해솔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남자는 가볍게 웃음 짓더니 손을 젓고 계속 걸어갔다.
그러면서 뒤를 돌아 권해솔을 쳐다보았다.
권해솔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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