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권해솔도 조금 난처하긴 했다.
자신은 니콜과 깊이 교류한 적도 없으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 부담 가지지 마. 그냥 이 이야기를 니콜 씨한테 전달만 해줘. 그다음에 어떻게 할지는 본인 선택이야.”
송승훈의 말에 권해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부탁은 그렇게 무리한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학교 수업을 들으러 오지 않아도 된다는 건 시간 면에서도 큰 여유를 준 셈이었으니.
그렇게 해서 몇 가지 자잘한 부분들을 송승훈과 함께 정리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강재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자,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 먼저 가보고 아까 말한 건 꼭 기억해.”
송승훈은 권해솔이 떠나기 전 다시 한번 당부했고 권해솔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서를 가방에 넣으려던 찰나, 문밖에서 앉아 있는 강재하가 눈에 들어왔다.
“강 대표님, 절 기다리신 건가요?”
권해솔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다가갔다.
마치 방금 전에 있었던 일들이 전부 없었던 일인 것처럼.
강재하는 그런 그녀의 태도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곧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여기서 절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권해솔 씨 말고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정말 영광이네요.”
권해솔이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건물 밖으로 나서자 강재하도 서둘러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대화에 열중하느라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간 권설아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권설아는 오늘 막 학교에 도착했는데 오자마자 두 사람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게 퍼져 있는 걸 듣게 되었다.
대학교란 원래 그런 말들이 빠르게 퍼지는 곳이었다.
결국 소외된 권설아는 분노에 발을 쾅 구르며 뒤돌아섰지만 이미 두 사람은 멀리 가버린 뒤였다.
이쯤 되면 물리적으로라도 물릴 정도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서류에 적힌 기준에 따라 너의 성적은 자격 미달이야. 절차대로 진행해.”
다른 교수와는 다릴 송승훈은 단호하게 거절했고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권설아는 억지로 서류를 들고 연구실을 나갔다.
그제야 송승훈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재빨리 경비실 사람한테 인사를 건넸다.
“바래다줄까요?”
강재하는 이미 차 문을 열고 권해솔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쯤 되면 굳이 거절하는 것도 너무 예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권해솔은 천천히 앞까지 걸어가 차 문을 살며시 닫으며 대답했다.
“강 대표님도 사업가시잖아요. 돌려 말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셨는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겠어요.”
권해솔은 마음을 정리한 듯 강재하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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