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솔은 강재하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강현수와 함께할 당시만 해도 그때의 강성 그룹은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몇 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강성 그룹을 다시 정점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권해솔은 솔직히 강재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송승훈의 사무실까지 가는 거리가 조금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점점 더 들어 권해솔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강재하를 쳐다봤다.
“왜 그러십니까?”
강재하는 그녀의 시선에 다소 당황하며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자 권해솔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강재하의 앞에 딱 멈춰 섰다.
두 사람은 서로를 정면으로 마주 보며 잠시 눈을 맞췄고 강재하가 뭔가 말할 틈도 없이 권해솔은 순식간에 그의 복부를 확 움켜잡았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강재하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지나가던 학생들까지도 놀라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런 장면은 아무도 상상 못 했기 때문이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먼저 입을 연 건 강재하였다.
그리고 그제야 그는 권해솔의 귀와 목덜미가 새빨갛게 물든 걸 발견했다.
“저 사실...”
순간 권해솔의 머릿속은 완전히 멈춰버린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강재하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몸을 살짝 숙였고 그 덕에 두 사람의 거리는 한순간에 가까워졌다.
이젠 서로의 심장 소리와 숨결까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다.
“권해솔 씨, 혹시 길거리에서 이런 짓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계세요?”
그 말에 권해솔은 얼떨결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강재하는 그녀의 허리를 팔로 감싸 자기 쪽으로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키도 체격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고 권해솔은 작고 가녀린 체형이었지만 생각보다 힘은 꽤 있었다.
“그래서 학교 측에 특별히 요청을 넣었어. 시험만 통과하면 수업은 안 들어도 돼.”
송승훈은 굉장히 자부심 있게 말했는데 사실 이런 케이스는 거의 전례가 없던 일이다.
“교수님, 이렇게까지 절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권해솔은 필요한 서류들을 빠짐없이 작성했다.
그리고 작성이 끝났을 무렵, 송승훈은 어딘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 정도로 학교가 배려를 해줬으니 나도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뭐든지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다 할게요.”
권해솔은 존경하는 교수의 부탁이라 다소 놀라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대답했다.
그는 오랜 경력의 교수였기에 이런 식으로 부탁을 하는 건 정말 뜻밖이었다.
“이번에 학교에서 공개 강연을 하나 준비하려고 하는데 니콜 씨 쪽은 도무지 초청이 안 되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권해솔은 바로 송승훈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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