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솔은 정채영의 미소를 보면 볼수록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서 정리한 짐을 모두 차에 실었다.
짐이 가득한 권해솔과 달리 고민재는 배낭 하나만 들고 있을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간단하게 준비했네.”
권해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고 고민재의 배낭은 크지 않지만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챙긴 모습이었다.
차가 있으면 확실히 편한 법. 고민재는 2년 전에 차를 샀지만 그동안 학교 주차장에 두고 한 번도 운전하지 않았다.
“이번에 우리가 가는 곳은 단순한 학술 토론회가 아니야. 방화도에서 연구소의 임상 실험도 둘러볼 거야.”
권해솔은 이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는 거라 시간에 쫓길 걱정은 없었으니까.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탄 지 두 시간 뒤에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권해솔은 이 항구를 처음 보았다. 수많은 배들이 항구에 정박해 있었는데 그 장면은 꽤 장관이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권해솔은 잠시 자신이 왜 여기 왔는지 잊어버리기도 했다.
이내 고민재가 차에서 모든 짐을 내린 후 그녀에게 다가왔다.
“배는 항구에 정박했어. 내 차는 여기까지밖에 못 들어가니까 이제 걸어서 가야 해.”
고민재는 두 개의 큰 배낭을 메고 손에는 크고 작은 두 개의 여행 가방을 들고 있었다.
“내가 들게.”
힘들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권해솔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모든 짐이 자기 것이라서 남에게 다 맡기기도 민망했다.
권해솔이 고민재에게서 가방 두 개를 맡아 들자 마치 페리 서비스 직원처럼 보이는 한 남자가 카트를 밀고 다가왔다.
“학술 토론회에 참가하는 권해솔 씨 맞으세요? 짐을 이 위에 올려놓으세요, 제가 여러분을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권해솔은 이렇게 큰 배를 처음 봤다. 내부의 방은 마치 5성급 호텔처럼 꾸며져 있었고 방이 제한되어 있어서 두 사람이 같은 방을 써야 했다.
“여러분, 순서대로 추첨을 하세요. 같은 방 번호가 나온 사람끼리 이 3일 동안 같은 방을 쓰게 됩니다.”
직원의 말에 사람들이 차례대로 추첨을 시작했고 당연하게도 남자와 여자는 따로 추첨을 했다.
“전 곧 결혼할 제 남편이랑 같은 방 쓸게요.”
그때, 줄을 서 있던 권설아가 나서서 직원에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권설아가 먼저 말을 꺼내자 다른 사람들도 기다렸다는 듯 비슷한 말을 했다.
그중에는 커플도 있었는데 모두 자신과 친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직원은 난처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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