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희가 걸어가 손가은을 당기며 미간을 찌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은아, 이러지 마.”
하선아는 오늘 안주희의 결혼을 축하하러 왔을뿐더러 선물까지 가지고 왔기에 안주희도 분위기가 살벌해지는 건 원치 않았다.
장인준이 매너 있게 옆에 있던 의자를 빼주며 웃었다.
“선아야, 내 쪽으로 와서 앉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카톡이라도 추가하자.”
그때 같은 반 친구인 두 사람은 모두 대학교에 합격했지만 하선아는 등록 하고 손가은은 등록하지 못했으니 아니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
하선아가 전혀 개의치 않고 그쪽으로 걸어가 장인준의 카톡을 추가했다. 안주희는 손가은을 보며 제발 여기서 멈추기를 바랐다.
“이거 최신 폰 아니야? 출시된 거 보니까 가격이 180만 원 정도 하던데?”
장인준은 하선아가 꺼낸 핸드폰을 보고 멈칫했다. 읍내에 사는 일반 서민들은 서너 달 월급은 때려 넣어야 살 수 있는 이 핸드폰을 살 엄두를 잘 못 냈다.
‘환도에 있다가 돌아온 게 뭔 벼슬인가? 인터넷 대출로 산 거겠지.’
손가은이 대수롭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은 이미 뒤틀린 상태였다.
“환도에서 돌아온 거야? 요즘 뭐 하고 지내?”
장인준이 열정적으로 물었다. 하선아는 원래 공부를 잘해도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잠깐 고민하던 하선아가 이렇게 말했다.
“식자재를 도매해서 시내에 있는 식료품 공장에 팔고 있어.”
이진희가 하선아의 말을 듣더니 눈빛이 반짝거렸다.
“마을 사람들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채소를 많이 사 갔다면서?”
“맞아.”
이진희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옆에 르넬로 쫙 빼입은 여자가 바로 서진석의 여자 친구였다.
손가은은 하선아를 힐끔 쳐다보며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장인준과 이진희의 시선이 일제히 하선아로 향했지만 예상외로 하선아의 표정이 매우 덤덤했다. 이 테이블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하선아와 서진석 둘뿐이었다.
서진석은 금테 안경을 쓰고 캐쥬얼한 까만 셔츠를 입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점잖은 게 전혀 재벌 집 아들 같지 않았다.
오늘 모임은 테이블이 모두 두 개였고 하나는 안주희의 남편 장문수 쪽 친구들, 다른 테이블은 안주희 쪽 친구들이었다.
“소개할게. 손가은, 장인준, 내 고등학교 친구야.”
서진석이 여자 친구 채정아에게 소개했다. 손가은은 일부러 손가은을 가리키며 말했다.
“옆에 있는 애 선아잖아. 기억 안 나? 그때 너한테 연애편지까지 썼는데.”
안주희는 오늘따라 이상 행동을 보이는 손가은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사이가 좋긴 했지만 이런 장소에서 일부러 꼽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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