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수는 아침 일찍 여자아이를 찾으러 갔다. 여자아이는 멍한 표정만 짓고 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눈빛이 초롱초롱했고 별빛과도 같은 그 눈빛은 종말이 온 세상에 희망의 불씨를 가져다주는 것 같았다.
“너는 이름이 뭐야?”
여자아이가 고개를 저으며 말 대신 행동으로 이름이 뭔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선아라는 언니가 있는데 이거 너한테 선물로 주고 싶대.”
서준수가 작은 상자를 여자아이 옆에 가져다줬다. 서준수에겐 별로 크지 않았지만 네 살짜리 여자아이에겐 그래도 작지 않았다.
여자아이가 의문에 찬 표정으로 바닥에 놓인 상자를 바라보자 서준수가 가냘픈 여자아이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대신 열어줄게.”
상자가 열리자 눈에 들어온 건 귀여운 털북숭이 인형과 깨끗한 옷, 그리고 신발이었다. 그 아래에는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작은 빵도 있었는데 상자가 꽉 찰 정도로 가득 담겨 있었다.
“우와.”
인형을 좋아하지 않을 여자아이는 없을 것이다. 여자아이는 인형을 보자마자 바로 마음에 들어 했고 품에 꼭 안고 싶어 했지만 손톱에 까만 때가 들어찰 정도로 손이 더러워 인형을 만지기 두려웠는지 아니면 자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서준수는 그 인형을 꺼내 여자아이의 품에 안겨줬다.
“이거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보내준 거예요?”
여자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옷장에 숨기기 전에 하늘나라에서 지켜주겠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너 개띠야? 이거 안 놔?”
남자아이가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기서는 어른이 노약자를 괴롭히면 바로 쫓겨났지만 아이 간에는 자주 싸움이 일어났고 부모가 있는 아이와 고아인 아이들이 서로 다른 파벌을 이루고 있었다.
“아파. 아파. 안 뺏을 테니까 제발 이거 좀 놔.”
여자는 남자아이의 말을 듣고 나서야 입을 뗐지만 남자아이의 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미친. 감히 나를 물어?”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때리려는데 무서운 힘에 의해 목덜미가 잡혀 발이 붕 뜨고 말았다. 아주 쉽게 아이를 들어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서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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