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아는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갑자기 강한 힘이 그녀를 다시 공간으로 끌어당겼다.
“또 돌아왔네... 준수 씨, 저는 그쪽 세계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하선아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이번엔 지난번보다 오래 있었어요. 3분은 넘겼거든요.”
지난번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수정구슬의 에너지를 흡수하며 진화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계속 진화한다면 서준수가 있는 세계에 머무는 시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을듯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하루에 한 번만 그 세계에 다녀올 수 있었다.
서로 음성으로만 대화하던 두 사람은 이제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상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약간 어색하면서도 긴장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하선아는 희미한 화면에서 서준수의 넓은 어깨와 또렷한 이목구비를 볼 수 있었다.
그의 깊고 선명한 눈매는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
“보내준 흙은 전문 기관에 맡겨서 분석 중입니다. 결과는 3일 후에 나올 것 같아요.”
“알겠어요!”
서준수는 설레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그녀가 이 세계에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그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었다.
하선아는 또다시 대량의 음식을 주문했다. 그녀가 직접 목격한 이들의 참담한 상황은 그녀에게 깊은 충격을 남겼다.
하선아는 그 세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밤에 가야겠어. 그러면 그쪽은 낮일 테니까.’
하선아는 이 모든 것이 새로운 모험처럼 느껴졌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웠지만, 갈 때마다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짧게 제한되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남아 있던 수정구슬을 모두 흡수하기로 결심하고 점차 적응하며 한꺼번에 많은 양의 수정구슬을 흡수했다.
하지만 지나칠 게 많은 에너지를 흡수한 탓에 정신을 잃게 되었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다.
눈을 뜨자 몸에서 악취가 나는 것을 느낀 그녀는 곧바로 샤워했다.
긴 머리카락은 폭포처럼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맑고 깨끗한 분위기가 그녀의 전체적인 인상을 완성했다. 황폐한 말세의 풍경 속에서 그녀는 이질적일 정도로 생기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서준수는 하반신에 군용 위장 바지, 상반신에는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드러난 팔에는 탄탄한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위로 선명한 멍 자국이 눈에 띄었다. 게다가 발목 위로 올라오는 군화는 그의 날렵한 체격을 더욱 단단하고 길게 보이게 했다.
서준수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검고 짙은 머리카락, 차가운 눈빛은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냉철함을 풍겼다. 그의 표정에서는 흔들림 없는 강인함과 차분한 고요함이 느껴졌다.
이 순간, 하선아는 처음으로 서준수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했다. 그의 존재감은 단순히 잘생긴 외모를 넘어섰다.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카리스마, 그리고 차분하지만 깊은 눈빛은 그녀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조심해서 이리 와요.”
서준수는 하선아의 손을 잡아 자신의 뒤로 숨겼다.
그의 뜨겁고 거친 손이 닿자, 하선아는 긴장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이 도로에서 종종 좀비가 나타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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