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럼홀은 세 개의 테이블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대형 룸이었다.
회식 자리는 이미 시작되어 프로듀서와 감독을 비롯한 주요 스태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남녀 주연 배우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감독과 프로듀서는 앞에 있는 메인 테이블에, 조연 배우들과 매니저들은 뒤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임하나의 매니저도 드라마에서 비중이 있는 남자 조연 배우의 매니저를 겸하고 있었기에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번 회식은 드라마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첫 만남을 겸한 자리였다. 드라마 제작은 이미 원작 소설의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빠르게 진행되었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선아는 플럼홀로 들어가기 전, 갑작스레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장희원 프로듀서에게 전화를 걸었고 장희원은 그녀를 맞으러 나왔다.
“안녕하세요. 매운고추 님이신가요?”
그는 하선아를 위아래로 슬쩍 살펴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키도 적당하고, 하얀 피부에 눈빛이 꽤 살아있네. 엄청난 미인은 아니지만 충분히 기억에 남을 외모야.’
연예계에서는 단순히 예쁘기만 한 얼굴보다는 개성이 있는 외모가 더 돋보이는 법이었다. 하선아는 이미 작가로서 두각을 드러낸 인물이지만, 그녀의 외모 또한 눈길을 끌 만했다.
“맞습니다. 제가 매운고추입니다.”
하선아는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장희원은 속으로 그녀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최근 그녀의 작품 두 편의 판권을 연달아 구매하며 각각 독립된 프로젝트로 제작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들어가시죠.”
장희원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플럼홀로 안내했고 곧장 메인 테이블로 데려갔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임하나와 매니저는 깜짝 놀라 멍해졌다.
“저기, 저 사람은 하나 씨의 사촌 언니 아니야? 그런데 왜 프로듀서랑 같이 다니지?”
임하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언니가 어떻게 이런 자리에?’
매니저는 중얼거리며 혼자 추측을 이어갔다.
“설마... 프로듀서 여자 친구인가?”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런 자리라면 굳이 데리고 나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 장희원이 모두를 향해 말했다.
저녁 자리에서 하선아는 드라마 작가에게 붙잡혀 소설의 디테일에 대해 계속 질문을 받았다.
“이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결단을 내리는 이유가 정확히 뭔가요? 감정선을 좀 더 구체화해야 해서요.”
“이 인물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중심이에요. 그래서 행동은 감정적으로 보이지만, 속에는 깊은 논리가 있어요.”
배우들이 소설 속 인물을 구체적으로 연기하기 위해 캐릭터의 심리와 설정을 꼼꼼히 이해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장희원은 와인잔을 들고 하선아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새로운 작품 있으면 바로 저희에게 주세요. 판권에 대한 금액은 신속히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하선아는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마침 애절한 로맨스 소설이 하나 있는데... 사실은 연재하려던 작품이었어요. 몇 장 보여드릴게요.”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몇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이를 본 장희원과 옆에 있던 작가의 눈이 반짝였다.
“감정선 정말 좋네요. 이 몇 장만으로도 긴장감이 팽팽합니다. 뒤는 어떻게 되나요?”
장희원은 벌써 다음 이야기에 대해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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