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생각해 볼래?”
서지훈이 물었다.
“혹시... 내가 그렇게까지 싫은 거야?”
송유리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싫은 건 아니지만, 우리 둘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송유리가 ‘싫은 건 아니다’라고 말하자, 서지훈의 얼굴에는 눈에 띄게 웃음기가 번졌다.
“싫지 않다는 건 가능성이 있다는 거네? 괜찮아. 굳이 너를 바꿀 필요 없어. 내가 맞춰줄게.”
“그건 절대 안 돼요!”
송유리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분위기가 또 묘하게 흐르는 것 같아 어쩐지 불안했다.
하지만 서지훈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알겠어. 그럼 부담 주지 않을게. 이런 대화 말고, 딴 얘기 좀 하자. 저녁 뭐 먹을래? 내가 배달 시켜줄게.”
송유리는 머뭇거리며 답했다.
“사실... 집에 가서 먹으려고 했는데요...”
“얼마 전에 새로 생긴 중화요리 전문점 알아? 거기 음식 괜찮대. 그 집 걸로 시키자.”
“...”
송유리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대체 언제부터 내 의견이 이렇게 무시당하게 된 거지?’
입술을 꾹 다물고 무슨 말을 해야 서지훈이 알아들을까 고민하는 사이, 서지훈은 또 말을 덧붙였다.
“거기 제육조림 있잖아? 그거 소스에 밥 비벼 먹으면 진짜 죽인다던데?”
서지훈의 말에 송유리는 눈을 깜빡였다.
‘돼지고기 조림 소스에 밥 비벼 먹는다고? 아... 생각만 해도 미쳤다...’
벌써 머릿속에 침샘이 자극되고 있었다.
‘이렇게 맛있는 걸 눈앞에 두고 참으라고? 그건 너무 잔인하지...’
결국 송유리는 병실 안 소파에 푹 꺼지듯 앉았다.
“네. 먹을게요. 맛 정도는 보고 갈게요.”
“이거지!”
“그건 그렇지. 연예계에는 어린 톱스타도 한둘이 아니니까. 김이나만 봐도 우리랑 동갑인데 벌써 여우주연상까지 받았잖아.”
“나 김이나 진짜 좋아해! 진짜 팬이야!”
“나도! 완전 내 워너비!”
“나도 들은 얘긴데, 이번 청원그룹 모델 사실상 김이나로 거의 굳어졌대. 며칠 전에 인스타에 청원그룹 신상 가방 인증도 올렸잖아.”
“가방을 받은 건 맞는데, 모델 됐단 말은 안 했잖아? 괜히 루머 만들어서 우리 이나 언니 욕먹게 하지 말자.”
“어쨌든 나 신청할 거야! 붙든 떨어지든, 현장에서 김이나 실물만 봐도 대박이지 뭐!”
“그 말 맞네! 나도 신청한다!”
송유리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단체 톡방에 올라온 포스터를 한참 바라봤다.
‘고인성이 런칭한 브랜드... 게다가 김이나가 유력한 후보라면... 어쩌면 내가 가장 피해야 할 이름들이 한꺼번에 얽혀 있는 건데...’
하지만 이건 분명히 눈앞에 찾아온 기회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시작도 해보지 않고 물러서는 건 결코 송유리답지 않았다.
송유리는 주저 없이 단체 채팅방에서 참가 신청서를 다운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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