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이 끝난 뒤, 송유리는 학교 안에 있는 복사 가게로 가서 지원서를 출력했다.
그리고 출력한 지원서에는 자신의 정보를 빠짐없이 기재했다.
모든 지원서는 학생회장인 한유현에게 함께 제출해야 했고 이후 한유현이 학교 측에 넘기게 되어 있었다.
송유리는 괜히 기분이 답답했다. 도대체 이 행사는 뭐가 문제인지, 하나같이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뿐이었다.
한유현은 송유리의 지원서를 받자마자 빈정거리는 말투로 쏘아붙였다.
“거울도 안 보고 다니나 봐? 네 주제에 이런 럭셔리 브랜드 모델 선발전에 참가하겠다고?”
하지만 송유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담담히 되물었다.
“한유현, 너는? 너도 참가했어?”
“당연하지.”
“본인 주제 파악부터 하지 그래? 기말 공연 주인공도 못 따낸 사람이... 게다가 나한테 밀려서 주인공에서 밀려난 거잖아. 그런 너도 이렇게 뻔뻔하게 지원했는데, 내가 뭐가 모자라서 지원하지 않겠어?”
송유리의 짧은 두세 마디에 한유현은 그 자리에서 얼굴빛이 싹 가셨다.
곁에서 함께 지원서를 받던 다른 부서 팀장 둘은 꾹 참고 있던 웃음을 결국 터뜨렸다.
한유현은 재빨리 돌아서며 그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웃겨? 뭐가 그렇게 웃겨?”
두 사람은 얼굴을 붉히며 급히 웃음을 삼켰다.
체면을 생각해 겨우겨우 참아냈지만, 표정은 여전히 애써 억누른 기색이 역력했다.
송유리는 지원서를 제출한 뒤, 더 이상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한유현은 송유리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고개를 떨군 순간, 손에 쥔 송유리의 지원서가 눈에 들어왔고 다시 한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다 문득 눈빛이 교활하게 번뜩였다.
‘송유리... 두고 봐. 가만 안 둘 거야.’
...
오늘은 송유리가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따뜻한 밥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주방 안으로 들어서니 황이진이 벌써 식사 준비를 마치고 수저를 놓고 있었다.
송유리가 입김을 훅 불자 황이진은 깜짝 놀라 귀까지 벌게지며 몸을 홱 피했다.
“야, 신경 꺼!”
“아니죠! 신경 써야죠! 이진 언니를 뺏기면 질투 날 거란 말이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주호진 선생님한테 주려고요?”
송유리가 짓궂게 웃으며 쏘아붙이자, 황이진은 조금 민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오오오!”
송유리가 놀리듯 환호를 보내자, 황이진은 짜증이 섞인 눈으로 째려봤다.
“근데 너 진짜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마. 나 그냥... 순전히 실리적인 이유로 도시락을 싸주는 거야. 호진 씨가 나한테서 집을 사면 몇천만 원이나 되는 수수료 받을 수 있고... 또 네 할머니의 수술도 부탁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언니, 지난번에는 포기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건 그때 그냥 홧김에 한 말이고.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까, 세상에 포기할 일이 어디 있어? 그 사람이 예전에 내 요리 맛있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냥 매일매일 도시락 들고 가는 거야. 쇠로 만든 마음이라도 매일 쪼아대면 뚫린다던데, 돌덩이 같은 놈이라도 꾸준히 하면 언젠간 뚫리지 않을까? 열 번 찍어 안 넘어오는 나무 없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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