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니에요...”
송유리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말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으니, 굳이 이화영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고 싶지 않았다.
“됐고! 뭐 때문에 우울한진 몰라도... 그래서 더더욱 파티 같은 데 가서 풀어야 되는 거야!”
서지훈의 넘치는 에너지를 듣고 있자니, 지금 누가 병원에 누워 있다 나온 사람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송유리는 여전히 별로 내키지 않았다.
“정말 안 가고 싶어요.”
서지훈은 바로 억울함을 터뜨렸다.
“유리 씨, 난 유리 씨 때문에 다친 거 아닌가요? 그래서 이렇게 오랫동안 병원에 갇혀 있었는데... 이제 겨우 퇴원해서 파티 좀 열려고 하는데, 유리 씨는 당연히 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나 진짜 상처받고 슬퍼 죽을 것 같아. 진짜로 이렇게 냉정하게 거절할 거야?”
송유리는 원래도 마음이 약한 편이었다. 이런 식으로 서지훈이 계속 징징대는데 버틸 재간이 없었다.
결국 한숨을 삼키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서지훈은 바로 신나서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 내가 세상 제일 신나고 편안한 파티 만들어줄게!”
“네...”
송유리는 그렇게 마지못해 대답했다.
...
며칠 뒤.
서지훈이 드디어 퇴원했다.
그러고는 또 어김없이, 송유리더러 데리러 오라고 난리를 쳤다.
송유리는 귀찮게 굴던 서지훈에게 결국 지고 말았다.
자기를 구해준 은인이라 생각하고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퇴원하고 나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한 스타일링 샵이었다.
넓은 매장, 통유리로 된 벽면, 빛이 반짝이는 깔끔한 실내장식, 가게 안은 마치 자체 발광이라도 하는 듯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송유리는 그 순간 바로 뒷걸음치고 싶어졌다.
“우리 여기 왜 온 거예요? 파티 가는 거 아니었어요?”
“파티는 맞지. 근데 파티하러 가려면 먼저 스타일링은 해야지.”
“그렇게까지 차려입어야 해요?”
“내가야 그냥 파티라고 했지만, 오는 사람들 다 번쩍번쩍할 거야. 내가 어떻게 유리 씨를 초라하게 보이게 하겠어... 무조건 제대로 세팅해 줘야지.”
“그럼 저는 그냥 안 가는 걸로 할게요.”
송유리는 얼른 몸을 돌렸다.
하지만 서지훈이 재빨리 팔을 낚아챘다.
송유리가 몸을 빼려 하자 서지훈은 곧바로 다리가 아프다며 징징거렸다.
서지훈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송유리는 차창 너머로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서지훈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별로 안심은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차 안에만 있을 수도 없었다.
송유리는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렸다. 높은 굽이 땅에 닿으며 툭 소리를 냈다.
그리고 곧 문 앞에 서 있던 몇몇 남자들이 송유리를 보고 키득거렸다.
“야, 도련님 또 새 여자 친구 생긴 거야?”
“아직 꼬시는 중이겠지.”
“이번엔 며칠 만에 넘어오려나?”
“하하하하!”
그들은 송유리가 바로 옆에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곳은 상류층의 세계였다.
서지훈처럼 이름 있는 집안 사람들은 서로 다 알았고, 갑자기 끼어든 송유리는 외부인일 뿐, 누가 봐도 신분이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그들에게 송유리는 그저 금방 지나갈 장난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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