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의 수술 날, 황이진은 특별히 연차까지 내고 송유리의 곁을 지켰다.
“이런 중요한 날엔 내가 꼭 같이 가야지. 무슨 일 생기면 내 손이라도 보태야지 않겠어?”
송유리는 싸움까지 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황이진의 얼굴엔 꼭 동행해야만 한다는 단단한 결심이 묻어 있었다.
“네 그 양아버지란 사람, 송혁수 씨 말이야! 진짜 하루가 멀다고 문제 만들잖아? 할머니께서 남긴 유산, 그 원고 때문이라면 무슨 짓이든 할 인간이야. 난 지난번 교통사고도 그 인간이 일부러 낸 거로 의심하고 있어.”
“설마요... 그건 진짜 범죄잖아요. 설마 그래도 한때 저를 예뻐해 주셨던 양아버지인데... 그 정도는 안 하겠죠.”
“그런 인간은 돈 앞에선 뭐든 할 수 있어. 너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야? 마음 굳게 먹어!”
황이진의 단호한 말에, 송유리도 혼자 송혁수를 마주하려니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누군가 옆에 있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의지가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병원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송유리는 황이진의 팔을 꼭 붙잡고 조금 긴장한 얼굴이었다.
황이진은 그런 송유리의 팔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 주호진 씨는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외과의사잖아. 수술 실패 확률도 거의 없대. 자기 명성에 금 가게 놔둘 사람 아니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주호진의 이름이 언급되자 송유리가 슬쩍 물었다.
“요즘도 연락해요?”
“아니.”
“진짜로? 주호진 선생님도 언니한테 연락 안 해요?”
“연락은 왔지. 내가 답 안 했을 뿐.”
그 말에 송유리는 웃으며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언니, 진짜 멋지다니까요?”
황이진은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도시락이 생각났는지 또 해주면 안 되냐고. 돈 줄 테니까 하나만 만들어달래.”
“한 끼에 얼마 준대요?”
“4만 원.”
“그 돈 준다는데도 안 해줬어요?”
‘가정식 도시락으로 치면 재료값 빼고도 절반 이상은 남는 장사인데?’
송유리는 눈을 가늘게 뜨며 황이진을 살폈다
“언니... 좀 수상한 거 알아요?”
“분명히 말씀드렸죠. 그 원고, 드릴 생각 전혀 없어요.”
송혁수는 언성을 높였다.
“송유리! 할머니 죽는 걸 보고 싶다는 거야?”
송유리는 냉정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목소리 더 키우시죠. 할머니가 깨어나시면, 누가 뭘 노리고 있었는지 다 들려드릴 수 있게 말입니다.”
“너...”
이를 악문 송혁수가 기세 좋게 버럭했지만, 결국 주위를 의식한 듯 목소리를 낮췄다.
“돈은 다 준비돼 있어. 네가 원고만 넘겨주면 당장이라도 수술 들어갈 수 있어.”
송유리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세요? 돈도 안 낸 환자한테 수술 준비부터 해주는 병원이 있을 거라고요?”
“그게 무슨 뜻이야?”
송유리는 마지막 말까지 또박또박 내뱉었다.
“수술비는 제가 이미 수납했다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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