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혁수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라고?”
송유리는 그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려 몸을 돌렸다.
그러자 송혁수가 다시 그녀의 팔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황이진이 그의 손을 재빨리 쳐내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아저씨, 지금 유리가 누구 때문에 병원비까지 냈는지 모르세요? 고맙단 말은 못 해도 최소한 예의는 지키셔야죠. 솔직히, 은인처럼 떠받들어도 모자랄 판이에요.”
송혁수는 말문이 막힌 얼굴로 송유리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 돈... 대체 어디서 났어? 너한테 그런 돈이 있을 리가 없잖아!”
송유리는 냉정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제가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셨죠? 제가 가진 돈이 얼마 없을 거라고 예상했으면서도 병원비를 저한테 떠넘긴 거예요? 설마 진짜로 할머니 못 버티시길 바란 건 아니죠?”
그 말에 송혁수의 표정이 확 무너졌다. 순간적으로 허를 찔린 듯, 말끝이 흐트러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송유리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 병원비도 모두 수납했으니, 수술만 남았어요. 제발 그만 좀 하세요. 더는 저한테 뭐라고 하지 마시고요.”
하지만 송혁수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듯 다그쳤다.
“송유리! 그 돈, 대체 어디서 났냐고!”
“그건 제가 알아서 할 일이니, 신경 꺼주세요.”
그 말과 함께 송유리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더는 대답할 가치도 없었다.
그녀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 그 돈을 마련했는지, 그 사실만큼은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
잠시 후 간호사가 들어와 할머니를 수술실로 옮겼고, 가족들은 그 뒤를 따라 이동했다.
수술실 앞 복도에는 소독약 냄새가 진하게 퍼져 있었다.
그 특유의 냄새만으로도 불안과 긴장이 밀려들었고 말없이 선 채 기다리는 것조차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주호진은 직접 수술 동의서를 들고 와 송혁수에게 건넸다.
문서에는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 상황이 조목조목 적혀 있었고, 보호자의 서명이 필요했다.
종이에 적힌 말들 하나하나가 불안함을 부추겼다.
송유리는 단어 하나하나가 무겁게 느껴져 제대로 읽을 자신조차 없었다.
황이진도 그녀의 옆에 바짝 붙어, 고개를 숙인 채 몰래 눈물을 훔쳤다.
“선생님, 그렇게 말해도 되는 겁니까? 만약에라도...”
그러자 주호진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엔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럴 일 없습니다.”
그 목소리엔 묘하게 사람을 진정시키는 힘이 있었다.
간호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적어도 선생님께 방해되진 말아야 해!’
...
수술실의 등이 환하게 켜졌다.
문 앞에 남은 사람들은 말없이 그 불빛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송유리는 이미 손바닥에 땀이 흥건히 고여 있었고 손끝은 자꾸 떨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희망을 전부 걸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여전히 황이진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이진 언니... 우리 할머니, 괜찮겠죠?”
황이진은 단호히 말했다.
“틀림없이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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