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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은 너였어 นิยาย บท 171

“저는...”

송유리는 심장이 쿡 내려앉는 듯한 압박감에 목이 턱 막히는 걸 느꼈다.

뭔가 해명이라도 하려던 찰나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손이 그녀의 손등을 덮었다.

고인성의 커다란 손이었다. 그 손길에서 이상할 정도로 진한 안정감이 전해졌다.

고인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지나치게 강하지도, 그렇다고 힘에 눌려 있지도 않았다.

그저 담백하면서도 또렷했다.

“제가 급하게 부탁해서 유리가 대신 다녀온 겁니다.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지옥순은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지만 그 눈빛엔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무슨 일인데?”

“부부 사이의 사적인 일이에요. 어머니, 그것까지도 보고받아야 하겠어요?”

짧은 정적이 흐르자, 지옥순의 시선이 조용히 송유리에게 옮겨졌다.

그 눈빛은 웃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아들의 저런 반응은 그녀로서도 예상 밖이었다.

‘우리 아들이 연애 감정 같은 걸 느낄 줄도 알았었네? 그것도 저렇게 노골적으로 편들 정도로?’

고인성은 그동안 단 한 번도 누구에게도 이런 식으로 감정 표현을 한 적이 없던 사람이었다.

지옥순의 눈길이 송유리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이목구비는 또렷하고 피부는 하얘서 눈에 잘 띄는 편이고...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게 묘하게 남자를 끌어당기겠네. 웃을 때 눈이 반짝이는 것도 남자를 홀리는 데 한몫하겠네.’

그녀는 입안으로 조용히 혀를 굴렸다.

‘뭐 집안이야 기대할 것도 없으니, 결국 남는 건 이 얼굴 하나겠지.’

그러면서 속으로는 이미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예쁜 얼굴 하나로 남자 하나 끌어들이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지. 하지만 얼굴로 오래 가는 여자는 본 적이 없어. 인성인 지금이야 처음 겪는 감정에 정신을 못 차리겠지만, 곧 질릴 거야. 그리고 그때가 되면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겠지..’

지옥순은 미소가 짙어지더니 생각을 정리했다.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정리하면 되는 거지. 굳이 지금부터 소란 피울 필요도 없고...’

겉으론 여전히 싱긋 웃으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했다.

“그래. 뭘 그렇게까지 따지니. 그냥 밥 먹자.”

표면적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 듯했지만, 테이블 분위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짙은 회색 정장을 입은 노신사가 고개를 꼿꼿이 들고 앉아 있었다. 흰머리는 정갈하게 빗어 넘겨져 있었고 표정은 굳건하면서도 예리했다.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듣고 있는 그 자세에서 묘한 위압감이 흘러나왔다.

“우리 할아버지야.”

“네... 네?”

송유리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할아버지를 이렇게 소개한다고? 참, 효자는 아닌 게 분명해...’

하지만 고인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옆에 주름 자글자글한 노인네 보여?”

“보여요.”

“우리 아버지.”

“...”

“아버지 오른쪽에 금테 안경 쓰고 책만 읽다 나온 ‘독서광’ 같고, 얼핏 보면 원숭이처럼 뼈만 남은 남자 보여?”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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