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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은 너였어 นิยาย บท 174

“송유리는 집안도, 배경도 아무것도 없는 아이 아니냐. 우리 고씨 가문이 혼사에 대해 어떤 기준을 가져왔는지 너도 알잖아. 너 지금 이 결혼으로 고씨 가문 체면을 깎아 먹고 있다는 거, 인식은 하고 있어?”

고인성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아직 소문이 크게 번지기 전이니, 조용히 마무리해. 내가 그 애한테 위로금은 넉넉히 주도록 할게. 남은 여생 먹고 살 걱정은 없게 해줄 테니까. 네가 정리만 하면 그 아이는 평생 입에 풀칠은 하고 살 거다.”

그 순간 고인성의 입꼬리가 살짝 비틀렸다. 눈빛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고 입에서는 무심한 말이 툭 떨어졌다.

“할아버지, 저희가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고성진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켠 그는 이내 손을 들어 말을 잘랐다.

“내가 말하는 건 결혼 문제야. 그런 쓸데없는 얘기로 엉뚱한 데로 빠지지 마.”

주변엔 아직 방계 친척들과 손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설령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대놓고 꺼내는 건 곧 고씨 가문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하지만 고인성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찻잔을 들어 조용히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마치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듯, 차분하게 말했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고성진의 눈이 번뜩였다.

“이혼하라고 강요한다면 전 그냥 혼자 살 겁니다. 누구 뜻대로 살 팔자는 아닌 거 같아서요.”

“탁!”

고성진의 찻잔이 테이블 위에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주변 사람들은 슬쩍 고개를 돌렸고 고성진은 이를 악문 채 턱선을 강하게 굳혔다.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엎어버릴 기세였다.

하지만 손님이 있는 자리였기에,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겨우 참는 중이었다.

...

다실.

‘다실’이라기보다 사방이 통유리로 된 전망대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채광이 좋아서 실내는 환하게 빛났고 주변의 조경은 마치 수묵화처럼 정돈되어 있었다. 멀리서 보면 수정을 깎아 만든 유리구슬 안에 들어온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였다.

내부에는 작게 불을 지핀 화로 덕분에 따뜻했으며 아무리 바깥에 찬바람이 불어도 이 공간만큼은 평온했다.

지옥순이 앞장서며 모두를 안으로 이끌었다.

서유진은 가장 중심 자리에 앉았고 지서연은 송유리 옆자리를 일부러 밀치듯 차지하고는 서유진 옆에 착석했다.

공여원은 서유진의 반대편 자리에 앉은 후, 잠시 돌아보며 송유리를 향해 말을 건넸다.

지옥순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켜주며 차를 우리기 좋은 자리를 내어주었다.

서유진은 가늘고 곱게 뻗은 손가락으로 자사호를 들어 맑은 물에 조심스레 헹구었다. 흐르는 물소리가 은은하게 퍼졌고 찻주전자는 곧 화로 위에 올려졌다.

그녀는 곁에 놓인 차통을 열고 윤기 흐르는 짙은 녹색의 얼그레이 차를 살며시 집어 들었다.

이내 끓는 물을 찻잔으로 부어지며 은은한 향이 다실 안을 채웠다.

서유진의 손길은 흐르듯 매끄럽고 단정했다.

지옥순과 지서연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모았다.

“유진이는 정말 차 우리는 솜씨가 대단하네. 경성 재계 명문가 자녀 중에서 유진이만큼 차 우릴 줄 아는 애가 없다니까. 물 온도며 손놀림까지 하나도 흠잡을 데가 없어.”

“유진 언니는 뭐든 잘하잖아요. 어릴 때부터 늘 최고였죠. 제 롤모델이에요! 누구랑은 다르네요.”

지서연의 시선이 느릿하게 송유리에게 향했다.

“...”

송유리는 눈을 깜박였다.

‘나? 한마디도 안 했는데 왜 또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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