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성의 목소리에 송유리는 다급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은 당황했을 때 늘 그렇게 바쁜 척을 하곤 했다.
“안 봤는데요.”
“그럼 뭐 보고 있었어?”
“등이요!”
“등?”
송유리가 아무 이유나 갖다 대자 고인성이 고개를 들어 그 평범하디 평범한 등들을 눈에 담았다.
“저게 그렇게 예뻐?”
그것들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평범한 전등이었다.
하지만 송유리는 자신의 말도 안 되는 핑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더 신빙성 없는 이유를 만들어냈다.
“밝잖아요 엄청.”
“밝다고?”
고인성은 진지한 표정으로 마트 천장에 달린 등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니 집에 있는 것보다 밝은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걸 좋아했나?’
송유리는 고인성이 혹시나 다른 생각을 할까 봐 서둘러 그를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식자재 살 거라면서요? 얼른 가요. 늦게 가면 좋은 고기 남들이 다 채가요.”
“그래.”
송유리는 고인성을 이끌고 카트가 모여있는 곳으로 달려가 카트 하나를 꺼내왔다.
남들은 월급 200에도 충성을 다 하는데 월급을 2억씩이나 받으니 송유리는 그들보다 더 노력해야 했다.
“그럼 바로 고기 사러 갈까요?”
“그래.”
그래서 고인성은 카트에 손도 못 대게 하며 굳이 굳이 본인이 끌겠다고 나섰다.
“내가 할게.”
“아니에요! 이런 건 저도 할 수 있어요.”
“남들이 보면 아내 괴롭힌다고 욕먹어. 이리 줘.”
‘이걸 보는 눈이 있다고 해야 할지. 어쩜 그중에서도 제일 비싼 걸 골라?’
고개를 돌려보니 고인성은 아예 120만 원이라고 표기되어있는 구역에서만 고기를 골랐다.
그의 모습을 보며 고민하던 송유리는 고인성이 자신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에 과감히 26원짜리 고기 두 팩을 집어 들며 말했다.
“이게 더 좋아요.”
고인성을 대신해 200만 원 가까이를 아껴주었지만 고인성은 그런 송유리의 마음도 모르고 미심쩍어하며 물었다.
“이쪽에 비싼 게 더 좋지 않아?”
“거긴 다 별로예요. 아까 봤잖아요.”
“그래 그럼.”
고인성은 여전히 120만 원 구역에서 눈을 못 뗐지만 그래도 송유리를 믿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메인메뉴를 산 두 사람은 거기에 곁들일 다른 식자재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고인성 눈에 송유리는 요리에 아주 능한 사람이었기에 그는 대부분의 결정을 그녀에게 맡겼다.
그렇게 식자재들을 다 사고 난 둘은 마침내 계산하러 카운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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