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성은 테이블 위에 놓인 스테이크를 보며 사색에 잠겨있었고 송유리는 칼을 들고 고기를 자르고 있었다.
특급 한우가 그들 손을 거치니 아무리 잘라봐도 여전히 식욕이 돌지 않는 모습 그대로였다.
황이진이 구워줬던 스테이크는 불의 온도도 딱 적당해서 보기에도 좋게 구워졌었는데, 지금 눈앞에 놓인 건 전혀 딴판이었다.
고인성은 포크를 들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로 스테이크를 쿡쿡 찔러보았다.
요리는 처음 해도 먹어본 적은 많은데 이렇게 생긴 스테이크는 그도 처음이었다.
“그냥 먹지 말까?”
“인성 씨 처음 요리한 거잖아요. 이 정도도 훌륭한 거예요. 요리도 했는데 그래도 맛은 봐야죠. 스테이크는 보통 실패 잘 안 해요.”
송유리가 고기를 잘라서 접시에 놓아주자 고인성은 어쩔 수 없이 한 입 베어 물었다.
고기가 살짝 딱딱하고 기름기가 많았지만 맛이 없는 건 아니라서 고인성은 이내 접시를 비워버렸다.
밥을 먹고 뒷정리까지 다 한 송유리는 그만 방으로 들어가 씻고 잠자리에 들려 했는데 고인성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다.
“씻고 내 방으로 와.”
“왜요?”
송유리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자 고인성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자기 전에 이야기해준다며.”
“진짜 듣겠다고요?”
“네가 꼭 해주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고인성은 싫은데 송유리가 억지로 들려주기라도 한다는 뉘앙스였다.
송유리가 방에 들어서자 따뜻한 색감의 무드 등이 방 안에 있는 두 인영을 비췄다.
하얀색 기모 잠옷의 단추를 끝까지 다 채운 송유리와 달리 고인성은 얇디얇은 검은색 실크 잠옷만 달랑 입고 있었다.
안 그래도 얇은 잠옷이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데 깊게 파인 브이넥 때문에 고인성의 단단한 가슴팍도 언뜻언뜻 보였으며 그의 하얀 피부도 불빛 아래에서 더욱더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과 달리 유난히도 꽁꽁 싸매고 나타난 송유리에 고인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온 건가?’
물론 순전히 이야기를 듣자고 송유리를 부른 건 아니지만 그래도 티를 내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송유리의 모습을 보니 자신이 티를 냈었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보일러 틀어져 있는데, 안 더워?”
그의 질문에 송유리를 빨개진 얼굴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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