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리는 멍하니 넋을 놓았다.
‘나도 이런 일을 겪게 된다니. 뻔뻔스럽게 날 내쫓고 이 집에 들어올 생각이야?’
그녀는 전혀 기죽지 않고 지옥순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한데요, 저는 인성 씨랑 합법적인 부부예요. 이 집에 거주할 권리가 있으니 함부로 내쫓지 마세요.”
“참나.”
지옥순이 코웃음 쳤다.
“진짜 뻔뻔함의 끝을 보여주네 이거? 너 뭐 돼? 거울 좀 봐. 어디 내놓을 것 하나 없는 년이 감히 우리 집안을 넘봐? 부모도 없는 고아 주제에 재벌가에 시집오려고 꿈꾸고 있어? 네가 가당키나 해?”
송유리는 사색이 되었다.
한편 지서연은 옆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해댔다.
“주제 파악 못하는 년. 여기서 며칠 좀 살았다고 근본도 잃었어? 넌 그냥 거지야. 평생 보잘것없는 고아라고.”
도우미가 두 여자 뒤에 서서 몰래 웃음을 훔쳤다.
줄곧 송유리가 불만스러웠는데 고인성이 든든하게 지켜주다 보니 감히 설쳐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고인성의 어머니가 직접 찾아왔고 송유리를 향한 태도가 상당히 퉁명스럽다.
재벌가에 시집오는 건 아무래도 시댁 눈치를 무시할 수 없나 보다.
송유리가 곧 쫓겨날 신세이니 도우미도 덩달아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게 말이에요. 이딴 여자가 어떻게 대표님처럼 훌륭한 분과 함께할 수 있는지 저도 미스터리였어요. 고씨 가문 체면이 구겨지기 전에 얼른 내쫓으세요.”
송유리의 가정 출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그녀들은 제멋대로 저격을 해댔다.
저마다 야유에 찬 눈길로 송유리를 째려봤다.
“인성이가 미쳐도 제대로 미쳤지. 어떻게 이딴 년을 데려와?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년!”
곧이어 그녀는 도우미에게 명령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무조건 잘 감시할게요.”
어느덧 저희끼리 모든 결정을 내렸고 송유리는 그런 그녀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방에 돌아가서 거치대에 놓은 휴대폰을 챙겼다.
전에 고인성이 최대한 저 두 여자랑 마찰을 일으키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서 애써 분노를 참고 버텨왔지만 이제 더는 수습할 경지가 아니다. 고인성에게 연락해서 직접 해결을 봐야 한다.
눈치 빠른 지서연이 이를 알아채고 일부러 목청을 높였다.
“고모, 쟤 좀 봐요! 고자질하려나 봐 진짜!”
지옥순이 입을 열기도 전에 도우미가 날쌔게 달려가 송유리의 손에 쥔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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