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따 저녁에는 담백한 음식 위주로 해줘야겠어.”
“오케이.”
힘겹게 먹은 훠궈를 토해내라고 하지만 않으면 되니까.
식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백화점에 들어갔다.
청원 매장을 스쳐 지나갈 때 커다란 매장 입구에 여전히 대기 줄이 길었다.
황이진은 안을 힐긋 쳐다보며 말했다.
“며칠 전에 잡지에서 청원의 가방 하나 눈여겨봤는데 마침 이달에 또 별장 한 채 팔았네? 나한테 가방 하나 선물해주는 것도 나쁠 건 없겠지?”
송유리가 냉큼 두 손 들어 찬성했다.
“그럼요. 완전 좋은 생각이에요.”
“근데 줄이 너무 길다. 다섯 시에 백화점 문 닫을 텐데 우리 차례까진 안 오겠지?”
이에 송유리가 다짜고짜 그녀의 팔을 잡고 가까이 다가갔다.
“일단 가봐요.”
그 어떤 여자도 가방과 액세서리의 유혹을 물리칠 순 없다. 황이진도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녀를 따라갔다.
줄은 엄청 길었고 별안간 송유리는 전에 고인성한테 받은 VIP 카드가 생각났다.
‘오늘 처음 와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
하지만 미처 문 앞에 다가가기도 전에 대기 줄에서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쟤 송유리잖아. 거지 주제에 명품 삽 오는 거야?”
송유리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유현이 줄을 서서 야유에 찬 눈길로 그녀를 째려봤다.
“뭐 설마 에어컨 쐬러 온 건 아니겠지? 그럴 바엔 영화관 가봐. 돈도 얼마 안 들잖아. 여긴 가장 싸구려 지갑도 몇백은 하는데 부모도 없는 거지 년이 살 수나 있겠어?”
한유현은 말 한마디에 송유리의 정곡을 쿡 찔렀다. 영문도 모르는 주위 사람들은 덩달아 비웃기 시작했다.
이때 황이진이 그녀를 쭉 훑어보더니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
“그러는 넌 돈 많아? 아래위 다 합쳐봐야 백만 원도 안 될 텐데 이런 데서 소비할 능력 돼?”
한유현은 부모님이 공장을 운영해서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이렇게 몇백만 원짜리 가방을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아직 학생인지라 모든 지출을 집에서 부담해야 한다.
이번에 청원 오디션을 통과하고 준결승에 오른 덕에 부모님께 한참 애원하고 나서야 엄마 카드로 가방을 사러 왔고 불행하게도 여기서 송유리를 마주쳤다.
송유리는 아무리 예쁘고 완벽해도 그녀 눈엔 한낱 개미 새끼에 불과한데 어떻게 여기서 똑같이 줄을 서서 가방을 구매할 수가? 한유현은 생각만 해도 기막힐 따름이었다.
게다가 황이진처럼 센 척하는 여자까지 데려오다니.
“이 카드 있으면 줄 안 서고 바로 들어갈 수 있죠?”
직원이 카드를 보더니 두 눈을 반짝거렸다.
청원 매장에는 세 종류의 VIP 카드가 있는데 각자 실버, 골드, 블랙 카드였다.
이 블랙카드는 최고급 VIP 카드로서 줄을 안 서는 건 둘째치고 안에 들어가서도 룸에 다과까지 누릴 수 있다.
직원이 한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두 분 안으로 모실게요.”
옆에 있던 경호원 두 명이 즉시 문 앞에 쳐져 있던 경고 테이프를 치우고 그녀들을 안으로 모셨다.
이때 송유리가 고개를 돌리고 한유현을 가리켰다.
“쟤도 내 친구인데 같이 들어가도 되죠?”
직원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그녀가 한 마디 덧붙였다.
“쟤 천만 원 좌우의 가방을 염두에 두고 있대요. 좀 더 비싸도 괜찮다고 하니 그 가격대로 전부 다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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