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든 송유리의 눈에는 문을 활짝 연 채 멈춰있는 고인성의 차가 들어왔다.
고인성은 표정 변화 없이 가만히 좌석에 기대어 있었지만 명서원은 그 모습이 마치 폭풍우가 휘몰아치기 직전처럼 여겨졌다.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눈짓을 하는 명서원 때문에 송유리는 결국 연락처를 주지 못하고 다급히 차에 올랐다.
이 순간만큼은 고인성의 뜻을 거역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그녀가 차에 타자 명서원은 홀로 남겨진 남자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내고는 곧바로 조수석에 올라앉았다.
서서히 청원빌딩과 멀어져가는 차를 바라보며 눈을 점점 크게 뜨던 남자는 한참 뒤에야 시선을 거두며 입을 틀어막았다.
자신이 번호를 따려던 여자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고인성의 차에 올라탔는데 그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보지 말아야 할 걸 본 대가로 갑자기 입막음을 당하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던 남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자신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직원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빠르게 달린다고 아까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기겁한 남자는 빛의 속도로 사무실을 향해 달려갔다.
...
쥐 죽은 듯 조용한 차 안에서 명서원이 기사에게 눈짓을 하자 눈치 빠른 기사는 바로 가림막을 올려 고인성과 송유리에게 단둘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한편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바람피우다 걸린 사람처럼 불안에 떨던 송유리는 고개를 숙인 채 고인성이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한테나 다 연락처 줘?”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아서...”
“그럼 나는?”
“네?”
“앞으로 그런 신원 불분명 사람한테는 연락처 주지 마.”
“회사 직원 같던데, 그게 왜 신원 불분명한 사람이에요?”
“...”
“알겠어요. 미안해요.”
고인성이 날린 경고의 눈빛을 이해한 송유리는 어차피 그다지 연락처를 주고 싶지도 않았었기에 이내 입을 다물었다.
차는 빠르게 달려 경성의 한 사립병원 앞에 도착했다.
다들 병원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VIP 입구를 통해 담당자의 안내를 받으며 전용 휴게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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