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나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소녀처럼 수줍은 애원이었다.
예쁜 소녀의 부드러운 애원을 누가 거절할 수 있겠는가. 김이나는 속으로 자신만만하게 미소 지었다.
요즘 잘나가는 스타인 김이나의 주변에는 재벌 2세들이 많았지만 겨우 수백억 정도 가진 남자들은 그녀의 눈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고인성은 달랐다. 쉽게 정점에 오르는 남자, 잘생긴 데다 돈 많고 권력까지 갖춘 그야말로 그녀에게 딱 맞는 남자였다.
고인성은 김이나를 보지도 않고 심연처럼 깊고 무서운 눈으로 명서원을 쳐다보았다.
“명 비서.”
명서원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서 대표가 웬 폭탄을 데려온 건지 이대로 가다간 자신도 같이 망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김이나 씨, 이쪽으로 가시죠.”
“아직 할 말 안 끝났는데요.”
김이나는 떠나기 아쉬워했다.
명서원은 정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이나 씨, 대표님께서 지금 많이 바쁘시니 일단 나가 계시죠.”
“하지만 제 이야기는 아직 안 끝났다고요.”
명서원은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김이나 씨, 더 이상 계시면 보기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김이나는 그 말뜻을 알아듣고 발을 쾅 구르며 마지못해 사무실을 나갔다.
사무실이 다시 조용해지자 고인성의 미간이 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이 진동했다.
[회사에 도착했어요. 앞에서 기다릴게요.]
[알았어.]
그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
가을이라 날씨가 좀 쌀쌀하고 바람이 불었다.
송유리는 하늘색 니트 가디건에 아이보리색 와이드 팬츠를 입고 동그란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귀엽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바람이 불어 쌀쌀하자 그녀는 손을 옷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때 마침 명서원과 김이나가 회사에서 나왔다.
주변 사람들은 김이나를 보고 눈을 떼지 못했다.
김이나가 가자마자 사람들 시선이 송유리한테 쏠렸다. 회사 입구에 갑자기 나타난 미인에게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저 여자분도 정말 예쁘다!”
“우리 회사 직원인가? 어느 부서지? 연락처 알아?”
“전에 본 적 없는데.”
“모르겠다, 일단 가 보자!”
용감한 한 남자가 송유리 앞으로 다가왔다. 정장 차림에 검은색 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키는 175cm 정도에 평범한 외모였다. 그는 수줍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실례지만, 연락처 좀 알려 주시겠습니까?”
송유리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 특히 상대방이 이렇게 예의 바르게 나오면 더 그랬다.
그녀는 당황하며 말했다.
“네.”
“제가 QR 코드를 찍을게요.”
휴대폰을 꺼내 QR 코드를 찾으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누군가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고 익숙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와서야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안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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