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리는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무슨 일인데요?”
“결혼 얘기.”
“결혼이요?”
‘뭐지? 갑자기 결혼 얘기가 왜 나와?’
그녀가 묻기도 전에 그가 두 개의 문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당신도 알다시피 집안 어른들이 결혼을 재촉하고 있어. 참 골치 아픈 일이지.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 아내가 필요해.”
“이건 혼전 계약서이고 이건 변호사 위임장이야.”
첫 번째 계약서를 봤을 때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계약서를 보니 바로 깨닫게 되었다.
“구 변호사님께 사건을 의뢰하고 싶다면 이 혼전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대표님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렇게 생각해도 돼.”
“어떻게 이래요? 어떻게 이런 일을 가지고 거래를 해요?”
그가 손을 뻗어 그녀가 쥐고 있던 두 개의 문서를 낚아챘다.
“그래. 그럼 나도 더 이상 신경 안 써. 나머지 일은 당신이 알아서 해.”
송유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고인성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일은 그녀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매번 고인성은 그녀를 쉽게 도와주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일 자체가 쉬운 일이라고 착각까지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일은 그녀가 모든 힘을 쏟아부어도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았다.
고인성에게 받은 것이 많으니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왜 저예요?”
알 수가 없었다. 고인성 같은 남자는 주변에 널리고 널린 게 여자인데. 왜 굳이 그녀를 선택하는 건지?
그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한번 물었다.
“사인할 거야?”
“일단 보고요.”
송유리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알게 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바로 사인할 수는 없었다.
인신매매 계약서 같은 것일지도 모르니까.
“제 조건이기도 해요. 들어주셨으면 해요.”
“이 일에 또 누가 연루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그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사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 일의 주범이 바로 송유리의 양아버지 송혁수라는 사실을...
‘송유리도 알고 있는 것일까?’
‘더 이상 추궁하지 말라니? 설마 송혁수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는 걸까?’
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데도 그 사람을 감싸겠다는 건가?”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래. 당신 뜻대로 해.”
그가 콧방귀를 뀌었다.
“어차피 상처받는 건 그쪽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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