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형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비아냥거렸다.
하시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설인아를 힐긋 쳐다보았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장민형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예약 없이 대표님을 찾아온 여자를 위해 우리 여진을 해고할 수 있죠?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네요.”
뒤따라온 장여진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하시훈과 나란히 앉은 설인아를 발견하고 질투심에 휩싸였다.
자기 주제도 모르고 감히 대표님의 옆에 딱 붙어 있다니?
분명 그녀의 자리인데 말이다.
하시훈의 차가운 시선이 장민형에게 닿았다.
“장민형 씨,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도 갑자기 쳐들어온 후과에 대해서 생각해보셨나요?”
분위기가 워낙 살벌해서 주변 공기마저 얼어붙은 느낌이 들었다.
장민형은 하시훈과 서로 대립하는 관계였고, 평소에도 소유한 지분만 믿고 회사에서 마음대로 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대표실까지 쳐들어와서 소란 피울 줄은 몰랐다.
장민형은 흠칫 놀랐지만 오늘 일은 마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하시훈이 체면을 봐주지 않는 게 어디 한두 번인가?
그동안 눈감아 줬다 쳐도 이번에는 무려 딸이 해고당했다.
만약 소문이라도 퍼진다면 다른 주주 앞에서 어찌 고개를 쳐들고 다니겠는가?
하시훈은 그를 골탕 먹이라고 작정한 듯싶었다.
이내 성큼성큼 걸어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설인아를 노려보며 하시훈을 향해 말했다.
“대표님을 난처하게 하려고 찾아온 건 아니에요.”
그는 장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딸이 아무리 프런트 직원에 불과하다고 해도 느닷없이 해고당한 이유에 대해 납득이 갈 만한 설명을 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보아하니 오늘 장민형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질 기세였다.
설인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록 회사에 무슨 일이 있는지 잘 모르지만 그의 말투에서 하시훈을 향한 적의를 고스란히 느꼈다.
“헛소리인지 아닌지는 CCTV를 확인해보면 알지 않을까요?”
장민형은 딸을 힐긋 쳐다보았고 흔들리는 동공을 발견하는 순간 무슨 일인지 단번에 눈치챘다.
그렇다고 상황이 역전되는 건 아니었다.
대표실까지 찾아왔는데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내 싸늘한 눈동자로 설인아를 바라보았다.
“어디 가서 말싸움은 지지 않겠군. 대표님만 믿고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예약 방문은 회사의 규정이지.”
그리고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두 눈에 악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설인아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 법이다.
하시훈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결국 식욕마저 사라진 탓에 젓가락을 접시 위에 내려놓고 차가운 눈길로 장여진을 바라보았다.
“밑도 끝도 없이 남을 먼저 모욕하고는 굳이 다시 한번 콕 집어주기를 기다리는 건가?”
그의 말은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부녀의 가슴이 꽂혔다. 하지만 그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다시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날 만나겠다는데 예약이 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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