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오늘 할 일도 끝났겠다, 설인아는 바로 약속부터 잡았다.
“그럼 오늘 볼래? 전에 자주 가던 데서 보자.”
설인아가 흔쾌히 대답하자 심유나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좋아. 그럼 좀 이따 봐.”
설인아는 곧바로 차를 돌려 약속장소로 향했다.
...
야시장.
화려한 조명 아래로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이곳에서 설인아는 힘겹게 주차를 마치고 좁은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골목 끝에는 작은 고깃집이 있었는데 워낙 맛있어서 외진 곳인데도 사람들이 문 앞에 줄지어 기다리곤 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설인아가 가장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훑어보고 있는데 그때 회색 운동복을 입은 여자 한 명이 가게 문을 열어젖혔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따라서 움직이는 포니테일 때문인지 여자는 유독 생기발랄해 보였다.
설인아가 그 여자를 향해 손을 젓자 심유나는 예쁘게 웃으며 그녀에게로 다가섰다.
“내가 먼저 올 줄 알았는데.”
심유나가 옆에 놓인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자 설인아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마침 근처에 있어서 별로 안 멀었거든. 뭐 먹을래? 오늘은 내가 살게.”
설인아에게서 메뉴판을 받아든 심유나는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웃어 보였다.
“그럼 잘 먹을게.”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심유나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던 설인아는 만날 때마다 밥을 사곤 했다.
연고를 받아든 심유나는 냄새부터 맡았다.
“어머, 한약 냄새 엄청 심한데.”
하지만 설인아가 가져다준 연고들은 다 효과가 좋았기에 그녀는 역시나 기쁘게 받았다.
“핸드크림 아니고 약이니까 냄새 나는 게 당연하지.”
자신을 향해 웃는 설인아를 보며 심유나는 어릴 때처럼 메롱을 해 보였다.
“고마워 인아야.”
고기를 구우며 고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던 심유나는 한 손으로 턱을 괴더니 설인아를 향해 웃어 보였다.
“인아야, 고등학교 때 우리 반에 그 빅쇼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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