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훈...”
설인아가 자신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자 하시훈은 심장이 달아오름을 느끼며 마른 침을 삼켜냈다.
그는 발버둥 치는 설인아를 더욱 꽉 안으며 반쯤 풀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움직이지 마.”
낮지만 무게감 있는 그의 음성이 귀에 꽂히자 설인아는 그제야 고분고분하게 그의 품에 가만히 안겨있었다.
“시훈 씨 괜찮은 거지?”
말을 뱉고 나서야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말임을 인지한 설인아가 후회하고 있을 때, 하시훈은 답 대신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아 주었다.
그 뒤로도 한참 동안 말이 없어서 설인아는 그가 잠든 줄 알고 있었는데 그때 불현듯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육진수랑 같이 예능 찍었다며?”
하시훈이 화난 이유를 마침내 듣게 된 설인아는 순간 멈칫하더니 다급히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내가 깜빡하고 말을 못 했네. 다음에는 당신한테 꼭 먼저 말해줄게.”
육진수와 설인아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하시훈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진심으로 사과까지 했는데 하시훈 또 그녀의 귓볼을 깨물며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다음에도 같이 찍으려고?”
하시훈의 위험한 협박에 소름이 돋은 설인아는 손사래까지 치며 답했다.
“아니야. 다음은 절대 없어. 이제 걔랑은 안 만날게.”
설인아의 발그스레해진 볼이 마치 봄날의 벚꽃같이 아름다워서 하시훈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빨간 볼에 뽀뽀까지 하고 난 하시훈은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잠자리에 누웠다.
심유나는 설인아의 고등학교 짝꿍인데 성적이 비슷해서 선생님이 계속 붙여놓은 탓에 자연스레 친해지게 된 친구였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한 뒤로는 각자 삶이 바빠서 연락이 뜸해졌었다.
“인아야, 요즘 어떻게 지내?”
수화기 너머로 심유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설인아가 입꼬리를 올리며 농담을 했다.
“그냥 간신히 밥이나 먹고 살지. 너는?”
“나야 뭐... 그냥 그렇지. 너 요즘 바빠? 우리 오랫동안 못 본 것 같은데. 보고 싶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바빠서 친구들과 모이지 못했던 터라 마지막 만남이 1년 전이었으니 오래되긴 한 것 같았다.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이나 하느라고 심유나도 설인아 못지않게 바쁜 삶을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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