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도착하자마자 VIP 병동으로 옮겨졌다. 안은 유럽식 느낌의 인테리어였던지라 병실이 너무도 화려하면서도 밝아 보였다. 연한 하늘색의 푹신한 소파 앞에는 금색 테두리로 된 테이블이 있어 더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다만 파란 비단으로 만든 이불 속에 있던 설인아는 계속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괴로운 듯 신음을 내고 있었다.
하시훈은 그런 그녀를 품에 꽉 끌어안아 주었고 그녀의 두 손을 결박했지만 행여나 그녀를 아프게 했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설인아는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계속 그의 품에 파고들려고 했다. 이때 하얀 가운을 입은 조진성이 병실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바로 걸음을 멈추었다.
“어라, 이거 정말로 무료로 봐도 되는 거 맞아요?”
그는 일부러 손을 올려 눈을 가리더니 손 틈으로 행여나 하나라도 놓칠까 봐 전부 눈에 담고 있었다. 하시훈은 곧 떨어질 것 같은 이불을 잡아 올렸다. 설인아의 살결이 바깥에 드러날까 봐 말이다. 그러고 난 후 차가운 시선으로 조진성을 보며 말했다.
“네 형수님 지금 약에 당했으니까 얼른 치료해.”
비록 조진성은 유명한 흉부외과 의사였지만 사실상 그가 치료할 수 없는 병은 없었다. 그랬기에 하시훈이 병원으로 그가 있는 병원으로 온 것이었다. 조진성은 앞으로 다가가 설인아의 상태를 자세히 살피더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하시훈을 보았다.
“아니, 형. 두 사람 지금 뭐 하는 플레이에요? 지금 상황에서 제일 좋은 치료 방법이 형이잖아요.”
‘야밤에 사람을 다급하게 불러내서 염장질하려는 거야? 인간 맞냐?!'
그는 이내 곧 하시훈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곧이어 즐겁다는 얼굴로 헤실 웃으며 깐족거렸다.
“아니면 형 거기에 문제가 있어요?”
하시훈은 서늘한 눈빛으로 조진성을 보며 위협했다.
“아프리카로 가고 싶나 봐?”
“형!”
조진성은 아프리카라는 말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프리카에서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린 그는 얼굴에 웃음기마저 싹 사라졌다.
“형, 아프리카로 협박하기 있어요?! 아니, 어떻게 사람이 인정이 없어요!”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얼른 치료해! 인아가 괴로워하는 게 안 보여?!”
하시훈은 조진성과 농담을 주고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조진성은 당연히 상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던지라 더는 쓸데없는 말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진지하게 설인아의 상태를 살피며 치료해 주었다. 하시훈은 치료 내내 설인아를 꼭 끌어안고 있었고 버둥거릴 때마다 그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설인아도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몸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곧 죽음을 앞둔 생선처럼 펄떡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설인아는 시원한 액체가 자신의 몸속으로 천천히 흘러들어오고 있음을 느꼈다. 용암처럼 뜨거웠던 몸도 점차 정상적인 온도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았고 점차 진정되었다. 드디어 괴로움에서 해방된 그녀는 어느새 숨소리도 평온하게 들려왔다. 초조하고 있던 하시훈도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 설인아의 턱을 들어 올렸다. 건강한 혈색을 띠던 그녀의 입술은 현재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입가엔 상처로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어깨와 손목에도 밧줄에 묶여 생긴 상처가 남았다. 게다가 뺨을 맞은 것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손자국도 있었다.
하시훈의 눈빛이 음험해지는 것을 보아 그의 추측이 맞는 듯했다. 그는 바로 이를 빠득 갈았다.
“하, 요즘 세상에 불륜녀는 다 똑같네요. 다들 남의 가정을 파탄 낸 것도 모자라 남의 집안 자식들도 죽이려고 하죠. 하아, 형수님도 참 운이 없네요...”
결국 참지 못한 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오는 하시훈의 말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아 아버지도 참여한 거야.”
“네? 친아빠가 친딸을 이렇게 만들었다고요?!”
조진성을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처음에 설인아를 봤을 때부터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녀의 정체를 안 후로 가족처럼 여기고 있었다. 하시훈의 아내이니 당연히 그에게는 형수님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려고요?”
조진성은 하시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하시훈은 서늘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말했다.
“뭘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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