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훈의 입에서 흘러나온 세 글자로 조진성은 저도 모르게 몸이 움찔 떨렸다.
‘형이 사람을 죽일 것 같아. 이런 살기는 그동안 살면서 처음 본다고! 설씨 가문... 이제 곧 망하겠네.'
하지만 그는 설씨 가문이 망해도 딱히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이 하시훈의 여자를 건드리지 않았던가. 오히려 통쾌하기만 했다. 조진성은 모든 치료를 끝낸 후 그제야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
“형, 형수님께선 이젠 괜찮을 거예요.”
하시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설인아는 그의 옷을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멈칫하던 하시훈은 시선을 돌려 자신의 옷을 꽉 잡은 그녀의 손을 보았다. 어쩌면 하시훈이 일어나려는 것을 알기라도 한 것인지 불안해진 설인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눈을 뜰 것처럼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쓸어내려 주며 달래주었다. 한껏 구겨졌던 그녀의 미간도 점차 편안하게 펴지고 있었고 계속 잠들어 있었다. 조진성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살풋 웃었다.
“형, 형수님 옆에 있어 주는 게 좋을 거예요. 형수님이 오늘 하루 많이 놀랐을 테니까요.”
젊은 여자가 그런 일을 당할 뻔했으니 분명 마음이 불안하고 무서울 것이다. 하시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조진성은 병실을 나서며 잊지 않고 문을 닫아주었다.
어느새 조진성은 늘 장난기가 가득하던 모습과 달리 눈빛이 더없이 서늘해져 있었다. 의사 가운 주머니에서 가위를 꺼낸 그는 살기 가득한 모습으로 허공에 대고 가위질을 해댔다. 그는 언젠가는 설형우가 자신을 찾아와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는 날이 오면 반드시 설인아 대신 복수해주리라 다짐했다.
하시훈은 불안해하는 설인아의 모습에 품에 끌어안으며 그녀의 곁에 누워버렸다. 설인아는 편히 자지 못했다. 꿈속에서도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만 꾸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곧 따라잡힐 것 같아지자 그녀는 번쩍 눈을 뜨면서 몸을 일으켰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녀는 심장이 쿵쾅쿵쾅 아주 격렬하게 뛰고 있음을 느꼈다.
‘나지운...'
설인아의 머릿속에 그때의 상황이 떠오르며 다시 불안해졌다.
‘여긴 어디지?'
그녀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왔다. 발이 차가운 바닥에 닿은 순간 화장실 문이 열리며 하시훈의 단단한 몸이 보였다. 그 순간 그녀는 불안했던 마음도 긴장이 풀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시훈의 시선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닿은 그녀의 발이었다. 맨발이라는 것을 안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는 안아 올려 다시 침대에 눕혔다.
“왜 슬리퍼는 안 신은 거야?”
그는 그녀의 옆에 앉아 따듯한 물을 따라준 후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
“그럼 이제 말해봐.”
백지성이 알아본 소식으로 설씨 가문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시훈은 상황을 제 자세하게 알고 싶었고 이 일에 참여한 사람 모두 처리할 생각이었다.
설인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으며 마음속에서는 분노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물잔을 받은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한참 후 그녀는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 내 탓이지 뭐.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래.”
하시훈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설인아는 천천히 그때의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에게 말해주었고 말하는 내내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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