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훈 씨가 설씨 가문과 아무런 협력도 하지 않았으면 해. 서훈 씨 구해준 보답은 이걸로 받을게.”
지서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설연우의 안색이 급변했다. 설인아가 이렇게 나올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당황하던 설연우였지만 이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설인아를 보았다.
“언니, 왜 그래. 아빠가 언니를 얼마나 아끼시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야.”
‘날 아낀다고?'
설인아는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역겨웠다. 그녀의 생각은 물어보지도 않고 나지운에게 시집 보내려고 했으며 심지어 그런 비열한 수단으로 나지운과 밤을 보내게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그녀를 아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역겨운가.
설연우는 그제야 지서훈을 보며 미안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서훈 씨. 제 언니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런 소리를 한 거예요. 그러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그녀는 일부러 고개까지 살짝 숙였다. 이런 행동으로 지서훈의 호감을 살 것으로 생각하며 말이다. 억지스러운 설인아와 너무도 반대인 태도였으니 분명 그녀에게 호감을 느낄 것이었다. 고개를 숙인 설연우는 음험한 눈빛을 하며 속으로 설인아를 비웃었다.
‘설인아, 남자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아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는 거야? 쯧.'
그러나 그녀가 기세등등하고 있을 때 지서훈은 설인아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공주님이 그리 말씀하시는데 당연히 해야지. 모든 건 네 뜻대로 할 거야.”
“!”
설연우는 당황하고 말았다. 고개를 홱 돌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지서훈을 보다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게 뭐야! 이게 다 뭐냐고!'
지서훈은 분명 조금 전까지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었으니 그녀는 일부러 태연한 척 다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서훈 씨, 우리 사업에 관해 대화 좀 나눠요. 네? 절대 손해는 아닐 거예요.”
설인아는 입꼬리를 올렸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두 눈에 담긴 비웃음으로 설연우는 이미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떠나가는 모습을 본 설연우는 마음이 급해져 얼른 따라붙었다.
“보긴 뭘 봐요! 다 꺼져!”
대부분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설연우를 째려보고는 떠나버렸다. 그 순간 설연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심호흡한 뒤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그제야 레스토랑에서 나와 전화를 받았다. 그러고는 잔뜩 서러운 목소리로 고자질을 했다.
“아빠, 지서훈 씨와 거의 얘기가 끝나가는데 언니가 서훈 씨한테 우리랑 협력하지 말라면서 엎어버렸어요.”
“뭐라고!”
그녀의 말을 들은 설형우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옆에 있던 기둥을 붙잡으며 이를 빠득 갈았다.
“걔는 왜 또 거기에 있는 거냐.”
‘정말이지 어디를 가나 내 일만 방해하는 불효자식 같으니라고!'
설연우의 눈이 음험하게 빛났다. 절대 설형우가 설인아와 지서훈이 친하다는 것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알게 된다면 설형우가 설인아에게 설씨 가문을 물려줄까 봐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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