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이 신도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미 같이 가기로 약속했으니 그럴 필요 없어.”
신도영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너는 그런 곳에 가는 것을 싫어했잖아. 그런데 가겠다고 한 이유가 뭐야?”
윤성빈은 신도영이 말속에 다른 뜻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유 같은 건 필요 없어. 가고 싶으니까 가는 거야.”
얼마 후, 신도영은 사무실에서 나갔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채시아가 동료와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신도영한테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사랑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때 진 비서가 옆으로 다가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어르신이 집으로 오라고 하셨어요.”
“알겠어.”
오후.
윤성빈과 채시아는 특수 학교로 향했다. 그녀는 음악 교실에 들어가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고는 직접 가르쳐 주었다.
윤성빈은 경호원한테 둘러싸인 채 복도에 서서 교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채시아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다.
부드러운 선율에 저도 모르게 빠져 들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윤성빈은 채시아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채 선생님, 정말 대단해요.”
“저도 채 선생님처럼 멋진 연주를 하고 싶어요.”
아이들은 채시아 곁에 서서 얘기를 나누었다. 기부자 중에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보청기를 끼고 있는 채시아일 것이다.
채시아는 아이들한테 노력만 하면 못해낼 일이 없다고 알려주었다.
윤성빈은 밖에서 채시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부터 그는 채시아가 아무것도 모른 채 어른이 된 재벌가 아가씨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아이들과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채시아는 아이들과 작별하고 밖으로 나왔다. 조금 전에 복도에 있던 경호원은 전부 흩어졌고 윤성빈은 혼자 나무 아래에 서 있었다.
그녀는 윤성빈을 지그시 쳐다보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윤 대표님.”
“제가 해야 할 일이 남았나요?”
“나는 여기에서 네 시간 동안 당신만 기다렸어.”
채시아가 피식 웃었다.
“그러면 제가 밥 살 테니 같이 가요.”
“그래.”
채시아는 윤성빈이 곧바로 동의할 줄 몰랐다. 두 사람은 함께 구호관 별장으로 향했다.
윤성빈은 박지훈 명의로 된 이곳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내가 다른 남자의 집에 있는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화가 솟구쳐 올랐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내가 아내한테 집도 마련해주지 않는 쪼잔한 남자인 줄 알 거야. 내 체면이 뭐가 돼?’
채시아는 조금 있다가 요리에 특제 약을 넣어서 오늘 밤의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그녀는 인터넷에서 주문한 야채를 가지고 들어가면서 말했다.
“윤 대표님한테 직접 요리를 해드리고 싶은데 괜찮죠?”
만약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한다면 계획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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