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아는 어쩔 수 없이 윤성빈의 옆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일하느라 힘들었는지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따스한 햇살이 윤성빈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그동안 이렇게 푹 자본 적이 없었던 그는 단잠에서 깨어났다.
윤성빈은 품 안에서 자는 채시아를 발견하고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추워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그녀한테 옷을 덮어주려고 했다.
이때 채시아가 갑자기 두 눈을 뜨더니 윤성빈을 바라보면서 나지막이 불렀다.
“성빈 씨...”
채시아는 이 상황이 꿈이 아닌 것을 깨닫고는 그대로 소파에서 굴러떨어졌다. 윤성빈은 재빨리 그녀를 일으켜 세우면서 물었다.
“아까 나한테 뭐라고 했어?”
“뭐라고요? 무슨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채시아가 시치미를 떼자 윤성빈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채시아, 기억력이 나빠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윤성빈의 눈빛은 조금 전에 채시아를 쳐다보던 눈빛과 사뭇 달랐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이 남자는 어느새 차가운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
채시아는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가 대학에 다닐 때 윤성빈은 선명 그룹에 들어갔고 점점 차갑게 변해갔다.
더 이상 다정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지도 않았고 채시아가 무슨 일을 당하든 위로해 주지 않았다.
채시아는 일이 고되고 회사에 적응하느라 힘들어서 무심해진 줄 알았다. 하지만 윤성빈은 어릴 적부터 이런 사람이었다.
채시아는 그동안 착각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윤 대표님, 어제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으니 이걸로 된 것 같네요. 일찍 들어가 보세요.”
채시아의 말에 윤성빈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나를 집에서 내쫓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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