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굳이 따로 생일 선물 고를 필요 없어.”
육성주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처럼 온화한 표정은 보는 사람까지 편안하게 만들 만큼 따스했다.
“알겠어.”
윤초원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 집에 뭐 남아 있어? 내가 한번 만들어 볼까?”
오늘 하루, 윤초원은 꽤 바쁘고 알찬 하루를 보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남성체 하나를 안정시키고 기력이 바닥나 밥을 먹은 뒤, 진우빈 집에 들러 짐을 챙겼다.
돌아오는 길에는 간첩 혐의로 지하 감옥까지 갔다가 두 시간도 안 돼 결백을 인정받고 풀려났다.
심지어 백호연맹 본부인 육성관까지 구경하고 돌아왔다.
정신없이 움직인 하루였지만 오히려 그 분주함이 낯익고 편했다.
예전에 인간 세계에 있을 때처럼.
그래서 해가 지기 전, 주방에 들어가 직접 요리를 하고 싶어졌다.
“우주연맹에서는 여성체가 요리를 하지 않아. 초원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우빈이한테 시켜. 우린 네 보호자니까.”
육성주가 진우빈이 끄덕이기도 전에 빠르게 말을 끊었다.
진우빈은 워낙 단순해서 윤초원이 하자고 하면 무조건 오케이 했을 게 뻔했다.
하지만 윤초원이 요리한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둘 다 허리를 못 펴고 다닐 게 뻔했다.
“왜 꼭 우빈이가 해야 돼? 너는 못 해?”
윤초원이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나도 못하는 건 아닌데...”
“그럼 부탁할게. 난 우빈이 귀 좀 만지고 있을게.”
육성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초원이 웃으며 잘랐다.
괜히 그런 느낌이 들었다.
육성주는 깔끔하고 단정하고 말투도 부드럽고 친절하다.
딱 봐도 ‘가정적인 남편’ 스타일.
윤초원이 만족스럽게 웃는 사이, 육성주는 어쩔 수 없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윤초원은 그제야 본격적으로 진우빈 옆에 쭈그리고 앉아 늑대 귀를 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냥 만지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냄비는 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그릇은 죄다 깨져 있었다.
벽 여기저기엔 기름이 섞인 검은 얼룩이 튀어 있었다.
그가 대체 뭘 한 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마 냄비가 터진 모양이었다.
육성주는 윤초원이 주방에 들어올 거라곤 생각 못 했는지 치울 생각조차 안 한 듯했다.
윤초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까 왜 아무 소리도 안 들렸지?’
아마 우주연맹의 고급 기술로 주방 소리를 차단했거나 아니면 자기가 늑대를 쓰다듬느라 정신 팔려서 아무것도 못 들은 걸 수도 있었다.
“하아...”
윤초원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다행히 감자와 소고기가 조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윤초원은 소고기를 푹 삶아 부드럽게 먹는 걸 좋아했기에 시간상 소고기는 포기하기로 했다.
결국 감자 네 개를 꺼냈다.
빠르게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은 다음, 얇게 썬 후 고운 채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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