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우주 수인 세계에서 처음으로 기력을 가진 순수 인간 여성체야. 게다가 같은 수준의 기력이라면 수인 여성체들보다 정화 능력도 훨씬 뛰어나. 딱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들은 나랑 다른 순수 인간 여성체들을 어떻게든 보호하려 들 거야. 그러니까 굳이 내가 외부인이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어.”
윤초원은 육성주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아찔함을 떨칠 수 없었다.
만약 그가 자신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건 둘째치고 외모에 끌린 게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쯤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에 갇혀 햇빛도 못 보고 있었을 거다.
비록 고문을 당하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곤충독을 정화하는 도구로 만들었을 것이다.
수인이란 존재라도 결국 ‘인간’의 범주에 들어간다.
사람 마음이란 언제나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법이다.
육성주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 내가 괜히 걱정이 많았던 것 같아.”
“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 초원아, 나도 네 파트너가 될 수 있어?”
잠시 조용해진 틈을 타 육성주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가 하는 거 봐서 생각해볼게.”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가가더니 육성주의 귀 가까이에서 부드럽게 속삭였다.
따뜻한 숨결이 귓가를 스치자 그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알겠어.”
육성주는 꿀꺽 침을 삼키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나 정말 잘할게.”
윤초원은 그저 웃으며 대답하지 않고 휴식 캡슐을 나서서 진우빈을 찾아갔다.
그는 윤초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 깊숙이 따뜻한 감정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반드시 잘할 거야... 온 마음을 다해 초원이가 날 받아들이게 만들 거야.’
잠시 후, 육성주도 그 뒤를 따라 나갔다.
이번 임무는 야크 연맹의 성주를 도와 권력을 되찾게 해야 했기에 육성주도 꽤 많은 남성체들을 데려왔다.
윤초원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그들과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처음 이틀은 정신도 말짱했고 창 너머로 펼쳐진 성간 우주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들떴다.
‘그래. 이제 나도 우주를 여행해본 사람인 거다.’
하지만 아무리 수인 세계의 우주라 해도 결국은 끝도 없이 펼쳐진 어둠이었다.
낮에는 햇빛이 약간 스며들어 검은 공간 사이로 반짝이는 별빛이나 빛나는 성체들이 가끔 보이긴 했다.
그렇지만 밤이 되면 그야말로 손바닥도 안 보일 정도로 깜깜했다.
별빛의 미약한 반사광만이 간신히 존재를 알릴 뿐이었다.
그렇게 다섯 날 밤낮을 성간 우주를 떠돈 끝에 윤초원 일행은 드디어 야크 연맹에 도착했다.
착륙하자마자 민용석이 윤초원 일행을 이끌고 한 눈에 봐도 유럽풍 느낌이 물씬 풍기는 주성으로 향했다.
몇 개의 좁은 골목을 지나 그들은 겉보기엔 평범한 가정집에 들어섰다.
민용석은 그들을 지하실로 안내했고 지하실 안에 있는 수집품 하나를 돌리자 무거운 돌문이 서서히 열렸다.
긴 뿔은 철창 사이를 힘껏 밀어내려는 듯 박혀 있었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울컥이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분이 우리 성주, 하문별입니다.”
민용석은 안타깝게 쇠창 안의 야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조용한데요?”
윤초원은 살짝 의외라는 듯 말했다.
‘우빈이나 임민혁이 미쳐 날뛸 때는 울부짖고 소리 지르고 난리가 아니었는데...’
“성주님은 전투 상태인 겁니다. 우리 야크 수인들은 공격하기 전이나 위험 신호를 보내야 할 때만 울부짖어요.”
민용석이 설명했다.
“그렇군요.”
윤초원은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공격하면서 소리도 지르는 줄 알았어요.”
그녀는 슬쩍 진우빈을 슬쩍 흘겨보며 말했다.
“어떤 분은 저를 쫓아올 때 아주 시끄럽게 소리치면서 달려왔거든.”
진우빈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그날 숲속에서의 아찔했던 광경이 뇌리를 스쳤다.
그때 윤초원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기력을 터뜨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녀는 물론이고 자신 역시 여성체를 해쳤다는 죄로 우주 감옥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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