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윤초원이 나와 계약하기로 했어.”
진우빈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자 육성주는 그 모습이 괜히 신경에 거슬렸다.
육성주는 윤초원을 바라보았지만 윤초원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런 부정도 하지 않았다.
육성주는 진우빈이 윤초원의 마음속에서 조금 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들이 이미 그런 관계로까지 발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나는 어때? 나도... 윤초원이랑 계약할 수 있을까?”
육성주는 쓰라린 감정을 억누르며 조용히 물었다.
“너 백호 연맹으로 돌아가면 며칠 동안 일이 많아서 바쁠 거라고 하지 않았어?”
윤초원은 단호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동의했다는 뜻도 보이지 않았다.
“응... 맞아.”
육성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말에 담긴 거리감에 다시 자신감을 잃었다.
그는 더는 계약에 대해 묻지 않았고 우주선 앞쪽으로 가야 한다는 핑계를 댄 뒤 조용히 자리를 떴다. 사실 그의 마음 한편에선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육성주가 사라지자 윤초원은 진우빈을 향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일부러 그런 거지?”
“아니. 정말 그냥 육성주가 따라올 줄은 몰랐어.”
진우빈은 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레 윤초원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는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냉기가 느껴졌다.
“윤초원, 혹시 화났어?”
진우빈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눈을 맞추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냥 너랑 빨리 계약하고 싶었어. 내 능력은 그들만큼 강하지 않으니까...”
“누가 뒤에서 귀띔이라도 해준 거 아니야?”
윤초원은 화가 나진 않았지만 육성주가 너무도 정확한 순간에 그 말을 들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언젠가는 밝혀질 일이었지만 이렇게 들킨 듯한 상황이 그녀에게 묘한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에휴. 세뇌의 힘이란.’
처음부터 우주 수인의 세계에서 태어났다면 어릴 적부터 일부일처제가 아닌 일처다부제가 자연스러운 것이었을 테고 이런 고민은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진우빈은 아무 말 없이 윤초원을 꼭 껴안았고 마치 억울함을 삼키던 아이처럼 그의 어깨가 조용히 떨렸다.
윤초원은 진우빈의 품에 안긴 채 조용히 그의 등을 토닥였다. 따뜻한 손길이 말없이 위로를 전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진우빈은 마침내 윤초원을 놓아주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젠 안 울 거야?”
윤초원은 진우빈의 코를 가볍게 톡톡 치며 말했다.
“네가 이렇게 울보일 줄은 몰랐어.”
“아니야...”
진우빈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돌렸다.
“됐어. 이제 그만 울어.”
윤초원은 진우빈의 볼을 다시 한번 꼬집으며 웃었다.
“나 배고파.”
진우빈은 손등으로 얼굴에 남은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이며 후방 지원실로 향했다. 그리고 윤초원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주선 앞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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