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으면 다시는 안 나타나야지...’
“심하윤, 또 연기야? 또 관심 끌려고?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 넌 진짜...”
“야, 네 머리는 장식이야? 아니면 문에 끼었냐? 생긴 건 사람처럼 생겼는데 머릿속은 돼지 뇌라도 장착했어?”
성가연이 더는 참지 못하고 심유준을 향해 날을 세웠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손을 허리에 얹은 채 임다인을 날카롭게 째려봤다.
“그리고 너, 하윤이가 죽다 살아 돌아왔는데도 별 감흥 없더라? 그동안 그렇게 착한 척하더니 감정도 없는 로봇이야 뭐야?”
“나는... 그냥...”
임다인은 도강우 뒤로 조심스레 몸을 숨기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눈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듯한 기색이 떠올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없는 눈물을 닦는 시늉을 했다.
“오해예요... 저는 언니가 너무 걱정돼서... 그런 뜻은 아니에요.”
“그 ‘걱정’은 사절할게.’
심하윤은 세 사람을 차가운 시선으로 다시 한 번 훑었다.
그 눈빛엔 혐오가 가득했고 목소리엔 조롱이 묻어 있었다.
“연기 실력 꽤 늘었네. 어디 학원이라도 다녔어? 연예계 갔으면 여우주연상은 따놓은 당상이겠다. 아니면 내가 기획사 하나 소개라도 해줄까?”
임다인의 표정이 단단히 굳더니 금세 당혹과 분노가 뒤섞였다.
이렇게까지 말문이 막힐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눈치였다.
“강우야...”
임다인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도강우를 올려다봤지만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직 심하윤에게만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임다인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눈동자 깊은 곳에서 싸늘한 냉기가 스며 나왔다.
그 모든 변화를 심하윤은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왜? 넌 나한테 아무 악의 없고 그냥 5년 만에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궁금했을 뿐이라고 말하려던 거지?”
“아니야...”
임다인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지만 눈빛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심하윤이 다시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고 무엇보다 더는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더는 도강우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다인은 이번엔 심유준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단 한 번의 눈짓. 그걸로 심유준의 인내심이 무너졌다.
그는 얼굴을 굳히며 임다인을 감싸듯 앞으로 나섰다.
“5년 동안 죽은 척한 건 너잖아. 이제 와서 다인이 또 괴롭히게?”
심하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도강우를 바라봤다.
완전히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
그 시선에 도강우의 가슴이 저릿하게 저며왔다.
그는 눈을 내리깔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심하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걸 이제야 실감한 듯했다.
“먼저 가서 일 봐. 나중에 연락할게.”
그 말만 남기고 도강우는 자리를 떴다.
그가 떠나는 걸 지켜보던 심유준도 임다인을 한 번 더 바라본 뒤 그를 따라갔다.
심하윤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휴게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심유준은 도강우를 따라잡은 뒤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강우야, 넌 왜 그냥 가버린 거야? 따져야지. 이 5년 동안 우리가...”
그 순간, 도강우가 걸음을 멈췄다.
그의 눈빛은 싸늘했고 그 안에는 묵직한 감정이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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