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기운이 공기를 짓누르듯 내려앉았다.
심유준은 숨을 삼키는 것조차 힘겨웠다.
도강우의 싸늘한 눈빛은 다리를 덜덜 떨리게 할 만큼 차가웠다.
그는 시선을 거두며 낮고 냉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좀 제대로 설명해봐. 하윤이가 너희 별장에서 겪은 일, 내가 예전에 조사한 거랑은 꽤 다르던데.”
“그건...”
심유준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정작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임다인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오빠가 오늘 언니 본 거에 너무 놀라서... 그냥 흥분해서 말이 헛나온 거야. 난 이미 언니 용서했어.”
“용서...?”
도강우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임다인이 심하윤을 용서했다고?’
하지만 심하윤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용서한 적이 없었다.
‘그때 진짜 피해자가... 과연 임다인이긴 했던 걸까.’
임다인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강우야, 지금은... 네가 언니를 더 아낀다는 거 나도 알아. 괜찮아. 언니한테 가. 두 사람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랄게.”
“가자.”
도강우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차에 올라 자리를 떴다.
행사장 안.
조금 전의 소란에도 심하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녀는 곧장 오늘의 일정에 집중했다.
차 안.
도강우는 연단 위에서 연설 중인 심하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곁에 앉은 임다인은 그가 서서히 입꼬리를 올리는 걸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 눈동자 속엔 질투와 증오가 뒤엉켜 있었다.
‘또 심하윤이야? 어떻게 매번 강우의 시선을 끌어가는 거야...’
하지만 이내 임다인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 진짜 놀랐어. 언니가 별누리 재단의 창립자였다니. 난 젊고 유능한 남자라고 들었는데... 그냥 헛소문이었나 봐?”
도강우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건 마치 독사에게 목덜미를 물린 듯한 서늘한 시선이었다.
임다인은 그 눈빛에 식은땀이 맺혀 고개를 숙였다.
“아... 아마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그때, 옆자리의 심유준이 코웃음을 치며 끼어들었다.
“걔가 무슨 돈이 있다고. 내 생각엔 또 외국 나가서 어디 잘난 남자 하나 붙잡은 거지. 강우야, 그런 애한테 또 속지 마.”
“여기, 별누리 재단 관련 전 자료입니다. 사모님께서 재단의 실질적 창립자 맞고요. 실험실 책임자인 성가연 씨는 성시완 씨 여동생입니다.”
기정훈이 조용히 보고하는 동안 우혁은 문 쪽으로 조심스레 몸을 옮겼다.
‘아... 망했다. 이 미친 놈, 또 폭발하겠네...’
하지만 도강우는 아무 표정 없이 서류를 넘겼다.
한 줄, 또 한 줄.
말없이 읽어내려가는 동안 방 안의 공기는 점점 얼어붙었다.
그 냉랭한 침묵이야말로 지금 그의 기분이 얼마나 나쁜지를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그... 그게 말이야...”
우혁이 머쓱하게 손을 들었다.
“네가 찾던 자료 전부 확인했어. 하윤 씨... 아니, 형수님의 위암은 사실이야. 당시 치료했던 의사는 손 씨고 그분은 형수님 어머니의 주치의이기도 했어.”
말을 마친 우혁은 슬그머니 뒷걸음질쳤다.
도강우의 눈빛은 지금 당장 사람 하나쯤 죽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차가웠다.
그런데 뜻밖에도 도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수고했어.”
그리고는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나보고 가라는 건가?’
우혁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나 지금... 살아있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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