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윤은 고개를 들어 성가연을 바라봤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자신을 바라보는 심하윤에게 성가연은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미안, 혹시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
심하윤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잘 왔어. 무슨 일인데?”
성가연은 그녀 옆에 조심스레 앉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 약재들 말이야. 김 대표가 넘겨준 건 받긴 했는데, 우리가 요청한 품질이 전혀 아니야. 그리고 다른 업체들도 다 거절 의사를 밝혔고...”
말을 잇던 성가연은 눈치를 보며 뒷말을 삼켰다. 심하윤의 얼굴을 몰래 살핀 그녀는 차마 다 말할 수가 없었다.
설마 진짜로 그 인간들이 이렇게까지 비열하게 나올 줄이야. 이대로 약을 만들어낼 순 있어도 효과는 형편없을 것이고 기대하던 수준에는 한참 못 미쳤다.
성가연은 더더욱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자신에게 화가 난 듯 머리를 톡톡 쳤다.
“내가 진짜 무능한가 봐. 이 정도 일도 제대로 못 해내다니.”
심하윤은 곧장 그녀의 손을 붙잡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진정시켰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누군가 일부러 우리가 목표에 못 닿게 방해하는 거야.”
그 말에 성가연의 눈이 번쩍 커졌다.
“분명 도강우 짓이야!”
‘도강우?’
심하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하는 건 도강우 스타일이 아니야. 차라리 심유준 쪽이 더 그럴싸하지.”
“임다인 그 여자한테 매달려 사는 그 인간?”
성가연은 얼굴을 찌푸리며 입맛까지 잃은 듯 말했다.
“그 인간이 그런 짓까지 할 깜냥이 돼?”
심하윤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심유준도 심씨 일가 사람이야. 그리고 요 몇 년 사이에 임다인이 도강우를 믿고 제멋대로 구는 동안 심유준도 덩달아 기세가 등등해졌지. 강자 옆에서 허세 부리며 설치는 건 걔네 둘의 특기잖아.”
성가연은 더욱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저었다.
“둘이 그렇게 잘 맞는데 왜 사귀질 않냐? 아까운 재질 낭비잖아.”
심하윤의 눈빛에 어두움이 살짝 스쳤다.
회의실 문이 열리자 주씨 일가의 가주 주세원이 여유만만한 걸음으로 도강우 앞으로 다가왔다. 손에 고급스러운 초대장을 들고서.
그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편하게 기대더니 말했다.
“도 대표, 진짜 안 갈 거야?”
도강우는 피곤한 듯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여우 같은 주세원의 얼굴을 대충 훑었다.
“관심 없어.”
주세원은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멋진 목소리로 어쩜 그렇게 차가운 말을 할 수가 있어? 사실 네가 가면 심하윤에 대한 정보를 살짝 흘려줄까 했거든. 근데 지금 보니까...”
도강우는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세원을 바라보았다. 그 깊은 눈빛은 ‘지금 당장 말해’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세원은 일부러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잊지 말고 꼭 와.”
그리고 초대장을 도강우 앞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음흉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 내 정보는 분명 네 마음에 쏙 들 테니까. 게다가 알렉스도 나타난다던데? 이번 경매 꽤 재미있을 거야.”
그는 마지막으로 경매 물품 리스트를 꺼내 도강우 앞에 툭 펼쳤다. 그러고는 슬쩍 한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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